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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을 맞이하며

2022년 12월 3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저는 제게 주어진 30여 년이라는 검찰공무원의 시간을 이제 거의 사용하였습니다. 사실은 아직 1년 여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그것은 촛불의 마지막 심지 같은 것입니다. 그마저 소진한다면 내게 주어졌던 30여 년의 시간을 모두 소비해버리는 허허로움 그리고 적막함과 마주할 듯합니다. 이제 이즈음에서 아직 남아 있는 심지의 촛불을 들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그곳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곳은 어쩌면 황량한 벌판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고 예기치 않은 폭우가 쏟아지는 야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구들이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낯설은 환경에 대한 이질감과 어색함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함과 다가올 그곳에서의 불확실성은 저를 망설이게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다가올 날을 준비하면서 ‘감사함’이라는 명제를 제 마음에 새겨왔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시간들을 잘 보내었다는 안도와 그렇게 이끌어주었을, 알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있을 존재의 은혜로움, 셀 수 없는 흔들림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써온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이 모든 것은 감사함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면서 감사함으로 일어섰고 감사의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 감사함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지역문화'라는 화두에 대한 현실화로 더욱 배가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검찰생활은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수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저는 두 가지를 늘 마음에 담았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검사와 동료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대명제를 펼쳐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부족하였기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훌륭한 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할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검찰 생활에서는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하고 싶은,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대학원에서 '스토리텔링'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지역신문에 '지역문화'에 대한 칼럼을 게재하여 그 글의 일부를 모아 지역인문도서를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공간을 마련하여 이를 현실화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선물101’이라는 이름을 지어 그곳에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지역민들에게는 법률상담을 할 예정입니다.

'아름다운선물101'은 20여 년 동안 지역의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매달 선물하는 이름입니다.

이제, 저 문을 나서면 제가 만든 '아름다운선물101'에 셀프취업을 합니다.

30여 년의 시간 동안 검찰은 저의 자양분이었으며 마당이었고 고향의 언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자양분으로 저의 자식들이 자라 사회인이 되었고, 제게 다시 어린아이를 사랑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길었지만 짧은 하루를 지내 온 기분입니다. 혹여나, 분명 그 언젠가 소소함으로 시작했을 상처들이 지금도 남아 아픈 생채기가 되어 있다면 모두 저의 잘못으로 탓해 주시고 제가 여러분들을 기쁘게 응원하듯이 저를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 대한 감사와 가족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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