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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행복

2022년 09월 27일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호서남 총동창회장

ⓒ (주)문경사랑

 

교수 정년(만 65세)을 1년여 앞둔 지금, 1990년에 전임이 되었으니 30년이 넘는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니 정신없이 살아 온 인생이었다.

문경 시골 출신으로 명문대학 출신도 아닌 내가 경쟁 심한 수도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부지런함, 앞만 보고 쫓기듯 뛰어가면서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게을러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살았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루기 싫은 급한 주제의 용역도 제의가 들어오면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밤 세워 만들어 공무원들이 만족할 만한 보고서로 제출했고, 또한 공무원 채용 면접관도 제의가 들어오면 믿고 면접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몇 년 전 경찰 공무원 순경 채용 면접 시에 서울 경찰청, 경기 북부경찰청이 동시에 진행되고 경기도 공무원 채용 면접까지 8일 연속으로 긴장한 상태로 면접관으로 참여하다 보니, 마지막 날 이러다가 내가 쓰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다음카페나 밴드에 나의 일정을 올리면 친구들이 보는 것만으로 숨 넘어 간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교통정체가 심한 수도권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위원회에 단 한 번을 지각 참석한 적이 없었으니 지나고 보니 정말 피곤한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스치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온 인생을 자랑으로 여겼는데,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차츰 일을 줄여 빈둥거리는 시간을 가져 볼까 하는 결심을 했다.

나에게 이런 영감을 준 책은 일상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섬세한 삶의 풍경을 묘사한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쌍소 등 각계의 지식인들이 쓴 게으름을 예찬한 ‘게으름의 즐거움’이란 저서와 또한 게으름을 두려워하는 걸 멈출 때 재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교감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느긋한 속도로 세상을 헤쳐가는 시간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하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의 저서 ‘게으르다는 착각’ 두 권을 통해 많은 걸 느꼈다.

그동안 일에 쫓기고 매여 사는 것이 당연하고, 아무것도 않고 쉬고 있으면 죄인이 된다는 생각,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사전에 여행을 떠나기 전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고 나의 전공인 지방자치 관련 자료를 학습하며, 일(Business)과 휴식(Leisure)을 결합한 블레저(Bleisure)로만 다녔으니 온전한 휴식은 없었다.

게으름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유와 기쁨, 예술을 찬양한다. 게으른 나를 통해 철학과 풍자, 사색을 통해 영감을 얻도록 돕는다. 고향 영국의 울즈소프에서 빈둥거릴 시간이 없었다면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여유는 판단과 가치평가에 대한 일시적 중지를 말한다. 판단중지는 기존의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을 그 자리에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여유가 없다면 모든 걸 근본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게으름을 예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소진(burnout)과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 수면 부족을 견디면서도 게으름은 항상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행동들, 건강을 자신하던 내가 몇 달 전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 태어나 처음으로 입원을 하고, 3일 후 퇴원을 해서도 일을 마무리 하느라 쉬지 못하고, 한 번 더 응급실에 실려 간 후 이러다가는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느낀 것이 피곤하고 소진된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내면의 악인 ‘게으름’과 싸우고 있는 것 만이 아니다. 그 보다 기초적인 욕구를 가진 것을 비난하는, 요구가 과도하게 많은 일 중독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몸이 알리는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비난을 하며 자신을 괴롭히며 벼랑 끝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

휴식의 필요성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데번 프라이스가 나를 콕 집어 하는 이야기로 느꼈다. 이제 ‘게으름의 행복’을 예찬하며 여유를 가지고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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