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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

2021년 12월 1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점심식사 후에 청사(廳舍) 앞 북천강변을 걷곤 한다. 혼자 걸을 때도 있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할 때도 있다. 직원과 함께 할 때는 근처의 찻집을 찾기도 한다. 전에 근무할 때는 주변에 찻집이 많지 않았었다.

한두 군데였던 찻집들이 몇 년 사이에 대여섯 군데로 늘어났다. 이곳은 시내와 떨어져 있는데도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주목을 끌만한 장소이거나 눈에 띄는 실내장식을 갖춘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면 차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함께 가는 직원들 대부분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첨가한 커피라고 한다. 나는 커피 대신 고구마 또는 단호박라떼를 찾는다. 커피가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커피 외의 음료를 주문하는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이든 사람이라는 자의식 때문인 듯하다. 젊고 더 건강했더라면 그들처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불현 듯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하고서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김천으로 전출하기 전에는 강변을 걷지 않았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강변을 걷는 것을 보고 따라 갔을 뿐이다. 아마도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거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기 위해 강변을 선택한 것 같았다.

그랬다. 옛날에 우리들은 청사(廳舍) 뒤의 천봉산을 오르곤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옷을 갈아입고 산을 올랐다. 어떤 직원은 반바지를 입고 달려가고 혹은 빠른 걸음으로 산을 탔다. 체력과 연배가 비슷한 우리들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중간쯤 올라가서 상주 시내를 보고 “좋다!”를 연발하며 땀을 훔치곤 했다. 그리고 체육시설이 있는 중턱에서 몸을 풀고 내려왔다. 땀을 흘린 뒤의 점심은 최고의 맛이었다. 그리고 지하 헬스장 샤워실에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그래, 산을 올라가자. 천봉산에서 시원한 겨울바람을 맞아보자. 그곳에서는 커피와 라떼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청량한 공기 한 숨, 얼음처럼 꽁꽁 언 하늘 위 구름 한 조각, 바람에 구르는 낙엽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숨이 찼다. 경사진 포장길은 계속 이어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상주시 전경이 보였다. 그때처럼 상주 시내를 바라보며 “좋아….”라고 읊조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곳은 우리들이 하산하던 길이었다.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들은 정상에서부터는 내달려야 했다. 그리고 저기 갈림길에서부터 걸어서 내려왔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혼자였다. 그때의 우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A와 B는 퇴직을 했고 C는 다른 청에서 기약도 없는 근무를 하고 있다. D는 이곳에 있지만 이제 산을 오르지 않는다. 그때의 우리들은 지금 없다. 옛 사람들이 떠난 옛자리에 혼자 서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았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올라가고 싶었다. 아니 더 올라가야 했다. 중턱에 있는 체육공원에는 아직 추억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빨리했다. 숨이 또 가빴다. 오른쪽에 큰 나무가 보였다. 수령 250년이 된 돌배나무였다. 조금 더 위쪽 낙엽 더미 옆에는 습지가 보였다.

모두 그대로였다. 모퉁이를 돌았다. 체육공원이었다. 몇몇 등산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였다.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라떼가 아닌 커피가 생각이 났던 것은. 여기에 오면 그냥 청량한 공기 한 숨, 얼음처럼 꽁꽁 언 하늘 위 구름 한 조각, 바람에 구르는 낙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등 뒤로 황량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옛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나도 옛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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