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가을 병암정(屛巖亭)
|
|
2021년 09월 29일 [주간문경] 
|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봉천사 입구에서 병암정 쪽을 바라보았다. 저녁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전이었다. 어디선가 낮달이 지켜보고 있을 터이지만 그때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병암정을 가린 채 우뚝하게 서 있는 소나무 옆의 붉은 배롱나무꽃은 이미 여름과 함께 저버렸다.
하지만, 여름 한 철 내내 피어있었던 배롱나무꽃을 보지 못한 허허로움을 굳이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다. 병암정 언덕 위를 보라색으로 덮어버린 꽃무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개미취라고 했다. 봉천사 스님이 몇 년 전에 심었다고 했다. 작년에도 피었는데, 올해는 절 주위에까지 가득히 피었다.
한 여름의 소나무와 배롱나무가 푸르고 붉은 색으로 병암정을 상징했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병암정의 가을은 보라색 물결로 가득한 저 개미취 꽃무리가 상징이 될게 분명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또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회색의 변성암 큰 바위였다. 개미취 꽃무리 언덕배기에 어느 날 갑자기 솟아난 듯,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하나로 연결된 십여 미터 길이의 바위다.
어느 날, 절의 스님이 칡넝쿨과 잡풀로 우거진 경사진 언덕배기를 헤쳤더니 지금의 저 모습이 드러났다고 한다.
바위 위에서 몇몇 젊은이들이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과 떨어져 바위에 앉아 병암정을 바라보았다. 병암정 옆 모습이 잘 보였다. 늘 이곳에 오면, 저 아래 허물어져 가는 정자 밑에서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사진에 담고 감탄하며 돌아가곤 했었는데, 이렇게 바위에 앉아 고즈넉이 정자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봉서마을을 찾았다. 가을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안해를 재촉하여 차를 몰았다. 월방산 자락에 있는 봉서마을로 가는 길은 사실 산길이다. 그 길은 이제 차도가 되어 교통이 원활하다. 주변은 나무와 바위로 가득하고 눈을 들면 흰구름과 푸른 하늘이 보였다. 차창으로 가을이 보였다. 삼층석탑도 그대로였다.
마을에서 잠시 오십년 동안 마을 이장을 맡은 노부부를 찾아뵈었다.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여전히 농사를 짓고 마을에서 활기롭게 지내고 있는 듯했다. 건강한 모습에 안심을 하고 안해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곳 병암정에 들렸던 것이다.
병암정은 18세기 우리지역의 유학자인 부훤당 김해(金楷)의 6세손인 병암 김현규(金顯奎)가 1832년에 지은 정자이다. 그는 병암정기(屛巖亭記)에 이렇게 적었다.
“… 산봉우리가 우뚝하여 아홉 겹으로 둘러져 세상을 벗어나니 자연이 만든 병풍이다. 그윽하여 성(城)처럼 높지만 드러나지 않고 우뚝한 봉우리들은 서로 손을 잡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병암은 정자 뒤의 바위를 일컫는 이름이다. 정자를 감싸고 있는 듯한 바위를 아홉겹 산봉우리로 비유하면서 자연이 만든 병풍이라고 일컬었다. 그리고 그 바위 한켠에 병암(屛巖)이라고 각자(刻字)하였다.
지금까지 병암정을 상징하는 것은 이백년이 넘은 보호수인 소나무였다. 그리고 그 소나무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여름 내내 소나무 곁에서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였다. 그런데, 해지는 가을 날 절 입구에서 바라본 병암정은 더 이상 소나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다. 보라색 꽃무리와 회색 변성암 바위가 병암정과 소나무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잊었던 낮달이 언뜻 보였다. 아직도 바위 위에 젊은이들이 돌아갈 생각도 없이 개미취 꽃무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을 병암정에서.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
|
|
|
|
|
!!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등 법률 및 신문사 약관에 위반되는
글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인 책임은 게시자에게
있으며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