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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정사

2021년 08월 1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낯익은 도로를 벗어나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고개에서 바라보이는 푸른 논과 낮은 산들이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로워 보였다.

“옛날에는 이곳이 천수답(天水沓)이었어. 경천댐 이후 수로가 생겨 농사짓기가 수월해졌지.”

문경문화원 향토연구소 연구위원이고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한 권 선배의 말이다. 그는 향토연구소에서 발간한 ‘문경의 마을들’과 ‘문경의 집성촌’에서 영순면을 담당한 적이 있어 면의 현황에 밝다. 오늘 동행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영순면에는 현재 12개의 정자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정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몇 곳의 정자를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랬다. 실제로 관리가 부실한 것이 맞았다. 문의 창호지는 떨어지고 거미줄은 여기저기 쳐져있었다. 무성한 아카시아와 잡목에 가려 정자의 현판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어떤 곳은 나뭇가지와 넝쿨 때문에 진입이 어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정자의 누마루에 올라서면 왜 이곳에 정자를 지었는지, 정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저절로 알게 된다.

무림정사(茂林精舍)는 사근2리 무림마을에 있다. 무림(茂林)이라는 이름은 이 마을을 개척할 당시 주변에 나무와 숲이 무성하여 정했다고 전해진다. 무림정사는 아주 신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선조(宣祖) 대(代) 문관으로 사헌부 감찰과 용궁현감 등을 지낸 북헌(北軒) 신섬(申暹)이 장수하던 곳에 1939년에 후손들이 옛터에 정자를 다시 지었다고 한다.

방고개를 넘어 조금 더 가면 왼쪽 산중턱에 정자 한 채가 보인다. 무림정사이다. 산 아래에 차를 세웠다. 정자는 산 중턱에 자리를 잡아 여유 공간이 적어 전체적으로 협소해보였다.

무림정사라는 현판 외에 북헌(北軒)이라고 적힌 작은 편액이 걸려 있었다. 북헌은 신섬의 호다. 그는 퇴임 후 귀향하여 무림정사에서 은일(隱逸)하며 소요(逍遙)하였다. 후손들은 그를 기리고 선조에 대한 흠숭과 추모의 마음으로 저렇듯 호(號)를 걸어 둔 듯했다.

누마루에 서서 그 편액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푸른 논과 낮은 구릉의 산들이 보였다. 영순면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평야가 넓어 농지가 많다. 문경읍과 동로면의 큰 산들에서 발원한 물이 영강과 금천을 따라 흐르면서 평야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산들은 큰 산과 멀고 강이 가까워 구릉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런 곳의 기운이 온화하고 좋아 인물이 많이 난다고 했다.

“영순면에 부림 홍씨와 개성 고씨 같은 양반들이 오랫동안 세거해 온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북헌 신섬은 용궁현감에서 물러나 무림정사에서 소일하며 이렇게 노래했다.

“…… 늙어 용주(龍州)에 물러나니 세상일 없구나 /국화 만지며 술두루미 끌어 술잔을 드니 /도연명은 어느 때에 취했다 깨었는고.”

정자 오른편에 낙락장송 한 그루가 높이 서 있었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 우뚝한 소나무가 호기로워 보였다. 그렇지만 잠시 지나는 나그네에게는 무심한 듯 했다.

정자를 나왔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고개에 이르렀다. 권 선배가 오른편 산 밑에 정자가 있다고 했다. 정자 지붕이 나무 사이로 보였다. 간산정(艮山亭)이라고 했다. 차를 세웠다. 하늘을 보았다. 흰 구름이 더위에 지쳤는지 꿈쩍도 않고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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