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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유향(淸溪幽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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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9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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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옛 사람들의 한시(漢詩)를 접하여보면 일상이 시였음을 알게 된다. 멀리서 지인이 오거나, 비가 오고 개거나, 새벽에 일어나서, 산을 오르고 하는 등 소소한 생활 가운데서 시와 함께 했다.
그런데, “유회(有懷, 그냥 생각이 나서)”, “즉사(卽事, 즉흥으로)”, “우음(偶吟, 우연히 읊조리다)”, “우(又, 또 짓다)” 등과 같은 시의 제목을 보면 시가 일상을 넘어선 그 무엇이 아닌가 한다.
그 가운데에 우리 지역의 명소를 읊은 시를 읽으면 무척 반갑고 고맙다.
동풍 부는 삼월 늦은 오후에 이르러니/ 푸른 산 가까이에 정자가 숨어있네
백석이라 지은 건 이유 분명하나니/ 티끌세상 자취 거둬 빛 감출 수 있어서라
“백석정(白石亭)”이라는 제목의 한시이다. 백석정은 영순면 이목리 백포마을 달봉산 자락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낙동강의 지류 삼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지어져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풍광이 아름답다. 마을의 이름이 백포(白浦)인 이유는 정자 아래 강가에 흰 괴석이 있어서다. 물이 많을 때에는 잠기지만 평소에는 모래 위에 드러나 있다. 이 백석으로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고 정자 이름이 되었다. 이웃하는 금포(金浦)마을도 마찬가지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가에 검은 돌 검석이 있어서다.
정자의 유래가 이러할 진데, 시인은 백석이라는 이름을 티끌 같은 세상의 자취를 거두어 빛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적 표현인 것이다.
병든 몸으로 어렵사리 올라보니/ 한 봉우리 높이 솟아 푸르름이 아득하다.
봉황은 어디가고 오동나무도 늙어가니/ 한 낮에 산새 떼만 우지지며 날아가네.
같은 시인이 지은 “봉서산에 오르다(登鳳棲山)”라는 한시다. 봉서산은 지금의 월방산이다. 월방산은 호계면과 산양면 그리고 산북면에 이어져 있다. 이 산을 기준으로 호계면의 옛 지명은 산서면으로, 산양면은 산남과 산동면으로, 북쪽의 마을을 산북면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같은 시인이 지은 월방산과 관련된 한시가 또 있다.
“백곡팔경(白谷八景)”이 그것이다. 백곡의 빼어난 팔경을 노래했다. 여기서 백곡은 호계면에 이어져 있는 월방산의 골짜기 이름이다. 팔경은 봉산춘화(鳳山春花), 영등고송(永嶝高松), 양전고죽(陽田古竹), 사봉귀운(獅峰歸雲), 월방초가(月芳樵歌), 모봉낙조(帽峰落照), 한천(寒泉), 소폭(小瀑) 등이다. 그러나, 지금 저 팔경은 어디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한시를 지은 이는 회당(晦堂) 변용규 선생이다. 선생은 우리 지역의 한학자로서 회당자명(晦堂自銘) 등 수 권의 저서와 368수의 한시를 남겼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선생의 아들 춘강 변종헌 선생이 부친의 백곡팔경에 굴곡(屈谷)을 더하여 사효제구경(思孝齋九景)을 지었다는 것이다. 사효제는 호계면에 위치한 월방산 한 골짜기 이름인 백곡에 있는 초계 변씨의 재실 이름이다. 같은 소재의 시들이 다른 시기에 다른 관점으로 표현된 것이다.
저 한시들의 출처는 청계유향(淸溪幽香)이다. 청계유향은 초계(草溪) 변씨(卞氏) 25대손인 회당(晦堂) 변용규 선생과 26대손 춘강(春崗) 변종헌 선생, 27대손 우정(愚井) 변준 선생 등 삼대에 걸친 한시 선집(選集)이다. 최근에 우정 선생의 영윤(令胤)인 변동걸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가 세상에 내놓았다.
변동걸 대표 변호사는 발간사에서 시를 짓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송구해하면서 “이 책을 부조(父祖)께 바치는 것이면서도 아울러 후대에게 내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책 발간의 이유를 밝혔다.
옛 한시에서 우리가 살펴볼 것 중의 하나는 시적 소재가 된 지역 명소의 자취를 찾아보는 일이다. 그곳을 찾게 되면 옛사람들의 한시를 한 번쯤 떠올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 가져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때쯤이면 한시는 그윽한 향기, 유향(幽香)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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