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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세고(淸溪世稿)

2021년 06월 0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며칠 전 소포를 받았다. “청계세고(淸溪世稿)”와 “청계유향(淸溪幽香)” 등 세 권의 책이었다. 보낸 이는 변동걸 변호사였다. 그는 산양면 진정(미르물, 辰井)이 고향인 초계(草溪) 변씨(卞氏) 28세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내고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 변호사로 있다.

“이번에 한학자이신 저의 조부께서 지은 청계세고(淸溪世稿)와 부친을 비롯한 3대(三代)의 한시를 엮은 청계유향(淸溪幽香)을 번역 출간하게 되었어요.”

초록이 싱그러운 오월 ‘부처님 오신 날’에 보현정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었다.

이미 고향과 문중(門中)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긍지를 알고 있던 터여서 출간 소식을 전하는 그의 말이 새삼스러웠다.

그의 조부 춘강(春崗) 변종헌(1902~1948) 선생은 초계 변씨 26세손으로 한학자였다. 선생은 1943년에 각종 사료와 문헌 그리고 갈명(碣銘) 등에 근거하여 시조인 시중(侍中) 변정실 공 이래로 변씨 문중의 빼어난 인물에 대한 공훈과 학문 등 사적을 조사, 수록하여 책을 출간하였다. 그것이 청계세고(淸溪世稿)였다.

세고에는 변씨 문중의 글만 있지 않았다. 당대의 거유(巨儒)와 문신 그리고 선비들이 변씨 문중과의 인연으로 쓴 글들이 함께 수록되었다. 신숙주, 서거정, 홍귀달, 송시열, 이황, 성상문, 채수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떡여지는 조선조 역사에 빛나는 면면들이다.

초계 변씨의 시조 변정실 공은 고려 성종때 문하시중에 이르러 팔계군에 봉하여졌으며 시호가 문열공이다. 그 후 대대로 문하시중, 문하평리 등 권문세족의 지위를 누렸다고 한다. 문경으로의 입향은 11세손 지락헌 변흠 공 때였다. 마을의 이름 진정(辰井)은 마을에 샘물이 2개가 있는데 용이 살던 샘, 미르물에서 유래된다고 한다.

지난해, 그 마을을 찾았었다. 입구 용샘 가에 초계 변씨 문경 입향 560년을 기념하는 세거비(世居碑)가 우뚝하였다. 그 비를 보면서 후손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수령 460여 년이 된 큰 회화나무가 한옥 두 채를 지키고 있었다.

경북도 문화재자료 482호로 지정된 ‘문경 변동식 가옥’인 해강재(海崗齋)와 변동걸 변호사의 춘강재(春崗齋)다. 특히 ‘문경 변동식 가옥’으로 명명된 고택은 1941년 지어진 것으로 전통 한옥구조에 유리창문과 좁은 통로 등과 같은 근대 건축 양식이 접목된 특색이 있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 이와 같이 유서 깊은 전통 마을이 남아 있음에 감탄하며 돌아나왔다.

청계세고의 번역은 춘강 선생의 둘째 아들인 변완수 선생이 하였다. 역자(譯者)는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 이 세고 역시 거의 산일(散逸)될 우려도 있거니와 원본이 순한철(順漢綴)이어서 이를 해독할 수 없는 후손을 위해 이 세고의 번역은 시대의 요망일 것이다.”

그리고, ‘옛글에 못난 선조를 헛되이 자랑함도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이요, 훌륭한 선조를 드러내지 못함도 조상을 욕되게 함이라 했다’며, 번역 출간의 당위성을 분명히 하였다.

편집은 선생의 삼남인 변성수 선생이, 장자인 변준 선생은 발행을 맡아 청계세고의 가치와 의미를 더 높였다.

선생의 장손 변동걸 변호사는 청계세고가 출간될 수 있도록 기여하였으며 더하여, 증조부 회당 변용규 선생, 조부 춘강 변종헌 선생, 부 우정 변준 선생 등 3대(三代)의 한시를 엮은 청계유향(淸溪幽香)을 번역, 발간함으로써 후손에게 그 유향(遺響)을 오롯이 하였다.

그 뜻의 높음과 숭조(崇祖)와 효제(孝悌)의 열정에 고개 숙이면서 참으로 귀한 책의 일독(一讀)을 이룰 따름이다. 하여, 저 춘강재와 해강재에서 초계 변씨 일문의 유향(幽香)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이 글은 문경대 특임교수이며 문경시정책자문단장을 지낸 변동식 박사의 조언과 청계세고 해제를 참고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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