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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동좌(與誰同坐)

2021년 05월 2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아침에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찻물을 끓이는 일이다. 물론, 그 전에 물을 주전자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찻잔을 정리한다. 이어서 첫 차(茶)를 우려내어 직원에게 내어 준다. 그리고는 다음에 우려낸 차를 내가 마신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매일 하는 아침의 일이다.

“차를 좋아하지만 번거로워서요….”

처음 지금의 부서에 왔을 때, 어느 직원이 하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그때부터 매일 그에게 첫 잔을 내어 주고 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아침에 차를 마시곤 했다. 그러나 그때는 혼자 마셨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차를 권하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를 내어줄 수 있어 즐겁다.

휴일 집에서도 차를 마시는데, 그때는 안해와 함께한다. 그러나, 안해는 차를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석 잔을 마실 때 안해는 한 잔을 채 비우지 못한다. 그래도 안해와의 찻자리는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다. 혼자 할 때보다 얻는 기쁨은 배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와 함께 하는 가에 따라 다르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하랴.”

법정스님은 그의 저서 ‘맑고 향기롭게’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그리고 옛사람 중 어떤 이가 혼자 차나 술잔을 들면서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고 적었다.

“내 방을 드나드는 것은 오로지 맑은 바람뿐이요. 나와 마주 앉아 대작하는 이는 밝은 달뿐이다.”

그리고 ‘여주동좌(與誰同坐)’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어느 청빈한 스님의 방을 예로 들면서 그 방에는 찻잔이 세 개뿐이라고 했다. 세 사람을 넘으면 차 마실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네 명 이상이 모이면 그 자리가 시끄럽고 간혹 분란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팽주(烹主)와 맞은편에 두 사람이 앉는 풍경에서 찻자리의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우리 집 거실에는 작은 소나무 다탁이 있다. 그 다탁은 예림 목공예를 운영하는 박동수 작가가 만든 것이다. 이동이 간편하도록 아랫부분에 바퀴를 달았다. 차인(茶人)들은 알겠지만, 차 마시는 일에는 물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물 사용이 쉽도록 다탁 위에 별도의 다반(茶盤)을 놓게 된다.

다반재료는 물에 강한 박달나무가 주로 사용되는데, 집에 있는 것이 오래되어 며칠 전 새로 장만을 했다. 지금 콜라보 전시회를 하고 있는 소창다명에서다. 물론 예림 박동수 작가가 만들었다.

황토 탱화로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불상조각가 토불 류종상 선생이 예림이 만든 다반 위에 매화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언뜻 붉은 다반 위에 그려진 매화가 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매화 가지 위에 걸린 둥근 달이 조선시대 문인화가 어몽룡의 월매도(月梅圖)가 연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예림이 만들고 토불이 그린 또 하나의 콜라보인 셈이다. 월매다반(月梅茶盤)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다.

언젠가, 저 다반 위에 찻잔 세 잔을 놓고 그들과 차와 술잔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유유상종, 살아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그 글의 말미에서 이렇게 적어놓았다.

“… 그러니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그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여수동좌(與誰同坐),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사무실 직원의 비어 있는 찻잔에 차를 채웠다. 비 온 후 하늘이 맑게 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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