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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2021년 05월 28일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호서남 총동창회장

ⓒ (주)문경사랑

 

역시 마이클 샌델이다. 2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가 되고, 1980년부터 진행한 ‘정의(Justice)’란 과목의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2009년 미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발행한 후 2010년 한국에 번역되어 1년 동안 13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2011년에는 샌델의 강의가 EBS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 당시 나는 학생들에게 책은 못 사더라도 TV 강의를 본 후 소감을 리포트로 제출하라고 하니 학생들이 하나 같이 강의 내용보다 수백 명이 수용되는 대단위 강의실에서 토론 발표자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벌어지는 교수와 주고받기식 강의법이 한국에서는 왜 이뤄지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아야 했다.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마이클 샌델은 마지막 수업에서 20여 명의 조교를 소개하며 수업을 도운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그의 수업은 무대 공연처럼 철저히 기획되고 연출된 것으로 샌델 교수가 무작위로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의 이름이 사전에 주제를 내주고 미리 찬반 의견으로 이메일(Email)을 주고받은 뒤 조교가 이들 중에서 선발한 학생 명단과 그 내용을 교수에게 알려 주면 수업시간에 끌어들이는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많은 조교들의 도움 없이 진행될 수 없는 수업 환경, 그리고 우리 학생들도 매주 과제를 제출하게 하면 그 수업 안 들으려 하니 교수와 학생 둘 다 우리에게는 이뤄지기 힘든 강의 환경이라고 변명해야 했다.

내게도 멋진 교수로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샌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후 8년 만인 작년 9월 ‘공정하다는 착각’이 미국에서 출간되고 연말에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었다.

주제가 정의에서 공정으로 넘어간 이 책은 2019년 미국에서 벌어진 대학 입학 부정사건을 계기로 쓰였다. 33명의 부유한 학부모가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연루되었던 제법 쇼킹한 뉴스에서 시작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연상케 하는 악덕 입시상담가 윌리엄 싱어는 SAT 시험 감독관이 답안지를 조작하도록 하거나 운동부 감독들이 가짜 체육특기생을 만들도록 해 8년간 2,50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 대중의 분노를 일으킨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정 입시에 연루된 공정을 강조하던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을 비난했고, 진보 쪽에서는 트럼프 사위와 자녀의 미국에서는 공식화된 기부입학을 들췄다.

거액기부를 통해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싱어는 가성비가 뛰어난 ‘옆문 뚫기’를 했는데 뒷문은 합법적이며 옆문은 불법적이다. 그러나 둘 다 돈이 들기 때문에 공정성 관점에서는 뒷문과 옆문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문에 근거한 입시제도인 SAT도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로 형편이 나을수록 점수가 높았다. 그럼에도 대학입시 논의의 전제는 ‘대입은 실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 당연하다시피 한 견해대로면, 능력주의(Meritocracy) 문제는 원칙 자체 보다 그 원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데 있다.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났다면 뜻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재능은 행운의 결과이며 재능을 보상받는 사회에 산다는 것은 우연이다. 그리고 능력주의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노력이 천부적 재능이 없다면 노력한다고 될까?

샌델이 제시하는 대안의 독창성은 능력주의 핵심인 하버드 대학 등 명문대 입시에 제비뽑기를 도입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의 존엄성’ 회복과 능력주의 보상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카지노 왕’과 ‘고교 교사’ 사이 소득 격차는 사회적 공헌도가 훨씬 높은 교사가 적은 보수를 받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일 자체의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라고 주장한다. 418페이지에 달하는 ‘공정하다는 착각’의 번역서를 며칠만에 읽으며 우리 사회에도 관심사인 공정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두에게 숙제라는 생각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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