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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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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8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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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상추가 이제 끝물이죠?”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식당아주머니가 상추를 내어놓았다. 식당 텃밭에 상추와 고추 등 여러 작물이 심겨진 것을 알고 물어본 것이다.
“예, 그래서 다시 상추모종을 심으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집 마당 텃밭에 심은 상추가 생각이 났다. 봄이 시작되자 텃밭을 일구었다. 그리고 시장에서 상추와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호박 등 모종을 샀다. 그때 심은 작물 중 상추가 제일 일찍 자라주었다. 아침이면 상추를 따서 안해에게 건넸다. 안해는 상추를 씻어 식탁에 올려 나름의 성찬(盛饌)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분의 상추는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상추 덕분에 이른 아침 무주상보시(無住相報施)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상추가 요즘 맛이 세진 것이다. 아무래도 때가 된 듯했다. 그래서 상추모종을 새로 심겠다는 식당아주머니의 말에 귀가 솔깃한 것이다.
호박은 이제 넝쿨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자라주었다. 어느 때부터 담장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호박잎 몇 개를 따고 있다. 그리고 안해에게 건넸다. 안해는 잎을 쪄서 식탁에 올렸다. 손바닥 위에 얹어진 엷은 호박잎의 따뜻하면서 안온한 감촉은 쌈이 되어 입에 들어갈 때 절정이 된다.
호박잎과 함께 수확하는 것 중의 하나가 토마토다. 아직, 이른 때여서인지 많이 열리지 않아 한 두 개씩 따서 혼자 먹고 있다. 곧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후식(後食)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당 한켠에 있는 텃밭의 고마움은 이렇듯 수확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자라는 작물의 성장은 우리로 하여금 생명의 경외(敬畏)와 시간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해준다. 그 자각은 순간이지만 자연과 일부가 되는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이웃에 있는 어떤 이는 공설운동장 앞에 넓은 밭을 일구었다. 아침 일찍 밭에서 몇 시간씩 일을 하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일흔이 넘었으면서도 왕성하게 지역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어느 날 단체카톡방에 긴 장문의 문자가 떴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농작물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당 텃밭 이야기를 꺼내었다. 13년 전 심은 소나무가 자라서 키가 10미터가 되었는데, 그 소나무 등을 타고 능소화가 꽃피울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당 텃밭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실은 나 시집갈래요’ 하고 살구는 ‘아직 화장하고 있어요’ 하는데 채리가 ‘나도 시집갈래요’ 합니다.”
다 익은 매실과 채리 그리고 설익은 살구의 표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글을 읽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답을 했다.
“매실과 채리가 어디로 시집을 가려나요. 다 익은 맛들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텃밭의 규모는 우리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듯하다. 그렇지만 텃밭을 가꾸고 그 소중함에 감사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그는 주간문경에 짧은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문경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허운 이창녕 소장이다. 그가 향토사연구소장을 맡았을 때 건강 때문에 극구 사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한근 문경문화원장의 간곡한 부탁에 흔쾌히 일을 맡았고 이때 현 원장은 감사한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다고 한다. 그런 마음들 일진데, 이렇듯 문경문화라는 큰 텃밭을 열심히 일구고들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고추 좀 따와요.”
아침을 준비하던 안해의 말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長短)이 있게 마련이다. 여름이면 식탁 위에서 텃밭 작물 외에 사실 다른 반찬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아, 진정한 성찬(盛饌)은 아직 먼 것일까.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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