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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동천 나들길

2019년 05월 0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신선(神仙)을 만나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선이 되고 싶었다. 우리 지역에 신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은읍 완장리에 있는 선유구곡이 그곳이다. 그리고 여기에 칠우칠곡과 대야산의 용추계곡을 더하여 선유동천(仙遊洞天)이라고 한다. 선유동천은 신선들이 노니는 마을이다. 그 동천을 찾아가는 길이 ‘나들길’이다.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은 산림청의 2018년도 숲길이용자조사에서 ‘전국 최고의 숲길 1위’에 선정되었다. 어쩌면, 사람들 모두 신선이 되고 싶었던 소망을 지녔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동천의 시작은 가은읍 완장마을 ‘운강이강년 기념관’ 건너편 부터에서다.

세속(世俗)과의 별리(別離)가 낯선지 아직 주위는 산만스럽다. 완심대와 칠우대 그리고 칠우폭포를 지나 백석탄에 이르렀다. 큰 돌이 떡하니 계곡을 막아 여울 소리가 난다. 와룡담과 홍류천 그리고 월파대와 칠리계에 이르면 비로소 숲과 조우한다.

이곳까지가 칠우칠곡(七愚七曲)이다. 어쩌면 칠곡(七曲)은 그 자체로 완성품이지만 선유동천의 완전한 성찬(盛饌)을 위한 에피타이저일 수 있겠다.

선유구곡과 이어져 있으면서 그 구곡에 들어서는 안내 역할일 수도 있다. 선유구곡은 옥하대(玉霞臺)가 1곡(一曲)이 된다. 하얀 너른 바위가 계곡을 가로막은 듯한데, 옛 선인(先人)은 이곳에서 맑고 찬 물결에 안개가 붉게 오르는 모습을 연상 했는 듯 저 이름을 붙였다.

조금 들어서면, 2곡(二曲) 영사석(靈槎石)이다. 옛사람은 이 돌을 뗏목 삼아 신령을 부른다고 하였다는데, 이쯤에서 신선의 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 답을 듣기에는 요원한 듯했다. 계곡 주변 사유지에 세워진 현대식 건축물들에서 신선의 자취는 멀다.

3곡(三曲) 활청담(活淸潭)을 지나 4곡(四曲) 세심대(洗心臺)에 이르면 비로소 마음이 씻겨 진 듯 기운이 활발해진다. 넓고 너른 대(臺)에 따뜻한 볕이 비추고 푸른 신록 아래 봄물이 가득했다. 손에 물을 담아 마음을 씻어 내듯 얼굴을 씻었다. 문득 안내판의 한시가 떠올랐다.

“허명한 이치가 본디 내 마음이거늘/ 부질없이 세상사에 깊이 물들었네
이 대(臺)에 이르러 한번 씻길 생각하니/ 어찌 묵은 때를 추호라도 두겠는가.“

외재(畏齋) 정태진(1876~1956)이 세심대를 표현한 부분이다. 외재는 구한말의 유학자이면서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만년에 이곳에서 지금의 선유구곡을 완성하였다. 지금 그가 만든 구곡의 이름으로 우리는 구곡을 완상할 수 있다.

바위에 새겨진 전서체의 세심대 각자는 가히 탄복할 만하고 별유천지(別有天地)한 경치에서 신선의 자취를 느끼게 된다. 5곡(五曲) 관란담(觀瀾潭)을 지나 나그네의 갓끈을 씻을 만하다는 탁청대(濯淸臺)에 이르면 바위의 모양이 예사롭지가 않다. 반석 같은 바위들이 물과 조화를 이루어 기하학적인 무늬를 연출한다.

크고 네모진 바위는 여울을 이루어 물결을 일으키고 곳곳에 못을 이룬다. 그때 나타나는 7곡(七曲) 영귀암(詠歸岩)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너른 바위 물가 쪽에 수달래꽃이 피었는데 그 꽃 아래에 한자로 영귀암이라는 이름이 새져져 있다. 마치 어느 신선이 그 자리에 앉아 온종일 시를 읊고 돌아갔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 가까운 곳에 신선이 있을 것이다. 생황이 연주하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는 8곡(八曲) 난생뢰(鸞笙瀨)에 이르면 여울이 길고 깊다. 한 여름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구곡의 끝은 정점(頂點)이다. 신선이 살고 있는 극처(極處)이다. 그 이름은 옥석대(玉舃臺)다. 옥석은 옥으로 만든 신발, 즉 신선이 남긴 유물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분명 이곳은 신선이 거닌다는 선유동천의 중심이 분명하다. 그러나, 외재 정태진은 시에서 “선인의 남긴 자취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하면서 그 또한 신선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돌렸다.

계곡 위 산 아래 학천정(鶴泉亭)이 보였다. 아마도 신선은 이곳도 아닌 대야산 아래 용추(龍湫)에서 용과 함께 유유자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선유동천 나들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득, 계곡과 물 그리고 푸르름이 깃든 봄날의 곳곳이 그 ‘나들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찾고자 했던 신선도 만나지 못하고 신선 또한 되지 못한 채 속리(俗離)가 아쉬워 안해의 손을 잡고 산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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