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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물 101

2018년 12월 2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휴일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노인회관 옆 골목길에서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흰머리에 두꺼운 잠바를 걸쳐 입은 동네 어른이었다. 비록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정정한 모습이었다. 오래 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문경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지역의 문화와 유림 등 여러 분야에서 앞선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어른이었다.

얼마 전이었다. 우리 집을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그때 ‘국학연구회’에서 발간한 “문경 명가소장(名家所藏), 근현대자료집” 1,2권과 여러 가지 자료들을 건네받았다. 더하여 지역문화와 관련된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주간문경의 ‘창(窓)이 있는 덕승재(德勝齋)’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언급하였다.

“신문을 보니 글의 편수(片數)가 101 번째로 되어 있던데, 그 정도면 단행본을 내어 보는 게 어때?”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였다. 신문에서 글의 편수를 적은 숫자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 프로필에 적힌 ‘아름다운 선물 101’에서 숫자 101을 글의 편수(片數)로 착각한 게 아닌가했다.

문득, ‘아름다운선물 101’이 떠올랐다. 아마도 십 여 년 전이었을 것이다. 검사실에 근무하면서 반복되는 업무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때였다. 그 무렵 후배로부터 ‘좋은 생각’이라는 월간지를 매달 받고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읽는 짧은 글들은 청량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때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힘든 이들이 매달 이 책을 선물로 받는다면 더 큰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소년소녀 가장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매달 ‘좋은 생각’을 보내게 되었다.

때로는 다른 책들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형편이 되면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이름을 ‘아름다운 선물 101’이라고 지었다. 2010년에는 같은 이름으로 수필집을 내었다.

“무엇이 가장 힘드니?’/라는 물음에, 여덟 살 동생을 챙겨주는 게 힘이 들어요./ 라는 중학교 3학년의 마음을 ‘아름다운 선물 101’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 적은 글의 일부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도 음악 선생님과 국가대표 정구선수가 되고 싶고, 회사에 취직해서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푸른 꿈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 내년이면 십년이 넘게 된다. 그때의 아이들 중에는 벌써 자신이 꾸었던 꿈들을 이루었거나 아직 성취하는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이겠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눈물짓거나 힘겨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자양분 삼아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들 가운데 부모를 여윈 다섯 명의 남매들이 있다.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큰아이에게 남매들의 근황을 물었다. 다섯 째 중 막내가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고 했다. ‘좋은 생각’은 그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선물 101’에서는 대상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책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그 책은 우리 다섯 남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지금 열다섯 명의 아이들이 매달 아름다운 선물을 받고 있다. 추운 날씨에 성성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동네 어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새삼 ‘아름다운 선물 101’을 떠올려 보았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술년의 끝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해가 된다. 모두가 건강하게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를 기원한다. 모두들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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