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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꽃

2018년 06월 1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책 잘 읽었어. 고마워~”

며칠 전 친구들에게 책을 보내주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친구들이 저녁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몇 년 전, 우리 지역의 마을과 풍광 그리고 역사와 이야기들에 대한 글들을 모아 ‘문경도처유상수(聞慶到處有上手)라는 제목으로 책을 지었었다. 그때 남은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 글들은 개인적인 수필로써 이미 주간문경에 소개되었다. 책의 제목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서른 권만을 복사하여 제본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정식 출간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제한된 양(量)과 비출간물이라는 특성상 가족들과 지인 몇몇에게만 선물로 주고 있다.

책에 그림을 넣었다. 아무리 복사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는 지라 격은 갖추고 싶었다. 우리 지역 출신의 세계적인 한국화가 임무상 화백의 그림을 표지와 간지에 담았다. 부족한 글과 정식 출간물이 아님에도 흔쾌히 귀한 그림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자네가 번역한 책은 정말 훌륭했어.”

자리를 마련한 친구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그는 도청에 근무하면서 유명한 세계적인 산악가 ‘프랭크 스마이드’의 ‘꽃의 계곡’과 ‘CAMP 6’를 번역본으로 출간하였다. 그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번역자가 원서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자연스런 문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우리나라 산악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모 산악인이 그 번역서를 읽고 극찬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 에피소드를 전한 친구는 우리 지역의 몇 안 되는 전문산악인이다. 경북개도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였던 ‘에베레스트 등정’ 대원으로 활약했었다. 지금은 도자기를 굽고 있는데, 지난 해 소설 한 편을 탈고하여 곧 출간예정에 있다. 그러고 보면 모두들 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다. 그때 산악서를 번역한 친구가 말했다.

“지난 번 ‘꽃’이라는 제목의 신문칼럼을 읽고 마음이 힐링 되는 것 같았어.”

부끄럽게도 내가 쓴 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친구와 같은 소회를 여러 자리에서 듣곤 했었다. 살펴보면, 모든 꽃들은 자신이 피는 때를 위해 마냥 준비하고 있다.

봄꽃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듯, 가을꽃도 봄꽃이 피는 것에 마음 쓰지 않고 지금 봄볕에 몸을 맡기며 기다리고 있다. 겨울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람들만 자신이 봄꽃이 되어 피지 않음에 조급해하고 좌절하곤 한다. 이는 자신이 피는 때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글에서 사람을 꽃에 비유하며, 피지 않는 꽃이 없듯 언제가 분명히 올 절정의 때를 위해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문득, 내 인생의 꽃 피는 때는 언제였는지 궁금하였다. 안해와 함께 가정을 시작했던 아득한 그때였는지, 아이들에게 정을 주며 키웠던 꿈같은 그때였었는지. 한 번의 산행 이후 매주 산을 찾아다니며 산에 빠졌던 젊은 사십대였는지, 지역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글을 쓰고 지역사랑의 깊이를 더했던 늦은 사십대 이후였는지 되짚어 보았다.

아니다. 내 인생의 꽃피는 시기는 따로 있지 않았다. 그때그때, 매 순간 늘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슬프고 아파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묵묵히 앞을 가면서 늘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꽃이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피듯이 말이다. 그때, 느닷없이 친구들에게 물었다.

“‘늘꽃’이라는 호(號)가 생각났는데 누가 할래?”

머뭇하던 친구들은 설명을 듣고서 한껏 웃었다. 그리고 잔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을 호로 쓰고 싶은 사람은 나였다.

‘늘꽃’이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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