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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 가은요(加恩窯)

2018년 06월 0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모처럼 가은(加恩)을 찾았다. 가은은 우리 지역의 서쪽에 자리하면서 지역 경제의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 은성탄광이 위치하여 1980년대 까지 국가 산업의 동맥이 여기에서 꿈틀거렸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그때 이곳과의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 중에 예인(藝人), 특히 방송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문경의 동(東)쪽인 산양과 산북에는 학문하는 이들이, 서(西)쪽인 가은에는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비유는 풍수에서 유래된 듯한데, 동쪽에 해당되는 경상도(안동 등)와 서쪽에 해당되는 전라도(남원 등)를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듯하다.

봉암사 입구 도로에 작은 팻말이 눈에 띄었다. “가은요, 3㎞”. 그랬다, 가은을 찾은 것은 이곳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2018 문경전통찻사발축제’ 때 가은요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서툰 안목과 쓸모없는 식견에 불과하지만,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는 고개가 끄덕여졌었다. 그리고 나태함으로 여태까지 가은요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왔었다.

백자가 적지 않았는데 다른 백자와는 달랐다.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지만 전통과 격(隔)을 두지 않았다. 찻물을 보관하는 숙우도 차를 따르는 다관도 기존의 것이나 남의 것을 흉내 내지 않았다. 바닥에 가까운 타원형의 다관과 어깨가 넓은 매병 형태의 숙우가 분명 파격임에도 안정감과 미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보는 기쁨은 변화와 디테일에 있다. 손잡이에 작은 꽃을 달고, 자작나무로 대체하여 손맛과 눈맛을 느끼게 하는 섬세함은 작가의 품성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 명제를 여기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가은요의 주인은 박연태 작가다. 호는 남강을 쓴다. 그는 미남이다. 모래실 마을을 뒤로 하고 비포장길을 가다가 문득,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린 은자를 찾으러가는 착각에 젖다가 다시 포장길이 끝나는 곳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넓은 공간과 만나면 눈과 가슴이 환해진다.

그리고 누구나 그려봄직한 작업실과 전시실, 차실을 가진 그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곁에는 오랜 동반자이면서 가은요의 CEO 이기도 한 부인이 함께 있다.

“제 작품은 대표작이 없어요. 다 다르고 달라서 사람들이 대표작을 찾으면 선뜻 말을 못해요.”

그는 같은 한 가지만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만들 때마다 무엇이든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매번 달라진다고 했다. 그런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작품에 대한 끝없는 열정, 에너지에서 비롯될 터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성적인 미감이 늘 그의 디테일을 재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족을 달겠다. 그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다도구 부분 명인이다. 그리고 수상경력과 전시회경력은 헤아릴 수 없다. 10월에는 경상북도에서 주관하고 TBC 등에서 후원하는 ‘경북차도구 명인7인전’이 대구 ‘수성아트피아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차실을 둘러보았다. 축제에서 관람객들이 감탄한 것 중의 하나가 전시실의 디스플레이였다. 특히, 5월의 신록과 창문을 활용한 뷰(view)는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그의 아내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몇 배 더 가은요 작품을 사랑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작품과 이를 담아내는 공간의 활용이 최상일 때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차실 공간의 인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 또한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드물게도, 그는 타고난 재능이 다양한 사람 중의 하나다. 창 밖에 큰 뽕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불었다. 무성한 뽕나무 잎이 크게 숨을 쉬며 몸을 흔들었다. 검게 익은 오디가 후두둑 땅에 떨어졌다.

문득, 잘 익은 저 오디처럼 그의 작품도 무르익은 지경에 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 가은읍 모래실을 찾아 그의 물오른 작품들을 손과 눈으로 맛보는 기쁨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 지금 우리 문경의 서쪽 가은에 큰 예인(藝人)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았다. 가은, 가은요(加恩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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