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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2017년 09월 2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어둠이 신발에 묻은 흙을 털고 마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에 맞춰 방안의 불들이 하나 둘 켜져 갔다.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어둠이 오는 것도 모르는 듯했다. 가끔, 등 뒤로 바람이 지나며 여름 날 시원한 맥주가 목을 훑듯 상쾌함이 몸을 흔들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달팽이처럼 집을 이고 있는 이들이 자리를 했다. 그래서 마치 이곳은 그들의 마당, 아니 광장(廣場) 같았다. 그런 것이 골목의 끝은 다른 도로와 연결된 계단이어서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만의 광장, 그들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하며 챙겨주는 익숙한 말들이 오고갔다. 잘 마시지도 않은 술을 입에 대며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그들은 우리 동네 주민들이었다. 대금을 피리 불듯하고 가야금을 기타처럼 연주하는 이도 있고 봄이면 튜울립이 마당 한 가득 동네를 밝혀주는 이도 함께 했다. 동네를 대표하는 통장도 함께 했고, 오랜만에 보는 동네 형도 있었다.

며칠 전이었다. 동네에 있는 정자 앞을 지났다. 그때였다. 평소 친분이 있는 이가 정자에서 인사를 하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정자에 앉았다. 이미 자리를 잡은 동네 분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는데, 낯익은 이도 낯선 이도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어느 말이 귀에 들어왔다.

“동네 정자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매달 한 번씩 모여 골목에서 저녁식사를 해요.”

어느 일반적인 모임의 행사처럼 이해될 법도 한데, 왠지 그 말이 신선하게 들려왔다. 그랬다. 우리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정자를 중심으로 골목과 골목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정(情)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오래전에 있었던, 그래서 지금은 사라졌다고 체념했던 불씨 같은 거였다. 까만 잿더미 속에 묻힌 불씨들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 분들이 정자를 살뜰히 살피고 청소하는 부부에요. 이분들 덕분에 이 정자가 어느 곳 보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어요. 아주머니가 매운탕을 직접 하셔서 지난 번 모임에도 맛있게 먹었어요.”

옆에 있던 통장님이 차근히 설명을 한다. 어쩌면 그들이 저 귀한 불씨를 살리는 바람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그들과 함께하는 작은 불씨들이 모여 지금 이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때 그들로부터 오늘 이 자리에 초청을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형님이 이 형님하고 동기인가요?”

골목을 등진 가장 큰 집의 주인이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는지 오랜 옛 시간을 더듬고 있었다. 그것은 추억이고 서로간의 확인이다. 그런 확인의 과정에는 곁가지로 따라다니는 사연들이 한두 가지씩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로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매개가 된다.

골목에 어둠이 짙게 내렸다. 이제 어둠은 외투를 벗고 곧 잠을 청하려고 하고 있었다. 곧 마쳐야 했다. 그때였다. 얼마 전 동네에 통닭집을 오픈한 이가 커피를 가져왔다. 아쉬운 이별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듯했다.

옛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과의 모임을 통해 서로의 정을 다독이며 상부상조하였다.
더불어 사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면서 삶의 중요한 근간이 그러한 모임이었다.
아파트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옛 자취가 지금 여기에서 다소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기뻤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골목, 그들의 광장에서 맛있는 매운탕과 저 따뜻한 차 한 잔을 다시 먹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글이 그 초대를 바라는 연서(戀書)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들녘에 황금빛이 짙어가고 있는 가을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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