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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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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9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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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휴일 오후, 안해와 함께 절을 찾았다.
새해가 되어 진즉에 가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계속 미루었던 것이다.
언뜻 바깥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표식이다.
도로변에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 소나무가 첩첩인 산에 이르니 아직 이곳은 겨울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무줄기 속에는 봄을 준비하는 수액이 흐르고 있겠지만 아직 눈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완연한 회색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 뒤로 들어갔다. 방을 나오려는 스님께 인사를 하였다.
“잘 오셨어요. 오늘 동안거 해제를 했는데 절밥 공양하고 가세요.”
오랫동안 선방에서 공부를 하고 모처럼 산바람을 쐬었는지, 스님은 발그레한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러고 보니, 언론에서 정월대보름 전국의 선원에서 동안거 해제를 한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떠올랐다.
스님께 공부는 여의하게 하였는지 물어보는 게 실례일 것 같아, 두 손을 모아 합장례를 드렸다.
“스님들은 오늘 해제 후 떠나시고 아직 몇 몇 분들이 남으셨어요.”
공양시간이 되어, 아직 만행(萬行)을 떠나지 않은 스님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에 눈 맑은 젊은 납자(衲子)의 모습에서 수행의 과실(果實)이 엿보이는 듯했다.
스님들에게 목례를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였다.
저녁 공양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저들을 저 자리에 있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불교는 나를 없애는 공부에요. ‘나’라는 아상을 버려야 우리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어요.”
공양하기 전, 스님이 우리에게 하던 말이었다.
금강경(金剛經)에는 ‘수보리’라는 제자가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하여 부처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 보면 금강경 전체가 이에 대한 부처의 설법이다.
여러 설법 중에서도 부처는 아상을 벗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내일 일찍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 공양은 할 수가 없을 거 같아요.”
공부한 절을 떠나 다른 세계를 향하는 젊은 운수납자(雲水衲子)의 말에 다른 젊은 납자들이 다투어 말한다.
“일찍 일어나 준비해 드릴 테니 아침 공양은 꼭 하고 가세요.”
도반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미소 지었다.
그런 마음에는 나만을 생각하는 아상이 들어있지 않는 것이다.
공양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른 저녁이라 해가 아직 남아 있었다.
지금의 절기는 우수가 지나 곧 경칩으로 접어드는 때이다.
봄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3월의 길목에서 머뭇하다보면 어느 날 준비도 없이 봄꽃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봄은 길지 않다.
겨울과 여름의 가운데에서 마치, 지나치는 간이역과 같은 것이 봄이다.
문득, 다가오는 봄이 오늘 수행을 마친 눈 푸른 납자들의 밝은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 지닌 따뜻함, 봄을 맞이하는 환희심, 봄꽃을 대하는 기쁨들은 우리들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절을 나섰다.
아니, 봄을 향해 세상으로 나아갔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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