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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즉통(變卽通)

2017년 02월 2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앞으로 산악회 활동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산행 후 뒷풀이 자리에 참석한 산악회 신입 회원의 인사말이었다. 그의 다짐을 들으면서 오늘 그와의 산행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산악회 모임장소에 나갔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였다. 오랜 만의 해후에 반갑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산행 내내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그는 여의치 않은 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타고난 성실과 몸에 베인 겸손 그리고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주위로부터 신망을 받던 터였다. 그래서 직장에 대한 긍지도 누구 못지않았다. 직장은 그의 현재이면서 미래였고 그 자신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누군가는 오해이면서 모함이라고 했다. 그는 물러서기로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공방 속에서 물러섬이 지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이면서 미래였던 직장을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분노가 밀려왔다. 미움과 원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고 날선 칼이 되어갔다.

그런 어느 날 그에게 산이 보였다. 산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등산은 그의 생활을 바꾸었다.

“산을 타면 며칠씩 집을 비웠어요. 일주일에 반 정도는 산에 있었던 셈이죠.”

산행지를 정해놓으면 숙박할 사찰(寺刹)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절에서 숙식을 하며 여러 산을 탔다고 했다. 온 산을 헤집고 오면 피곤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에 떨어졌다.

어느 날이었다. 절의 스님이 그에게 왜 등산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대한민국에 수만 가지의 직업이 있어요. 이제 남은 수만 가지 가운데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군요.”

그 말을 듣고 그는 가슴 속의 무언가가 확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등산한 전국의 산들이 수백 곳이었다고 했다.

그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여전히 성실과 겸손이 몸에 베인 품성 속에서 무언가 단련된 야생(野生)이 느껴졌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스스로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정말 다행스러웠다.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의외로 일이 풀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어려움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가 들여다 볼 것은 어려운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변화이다.

변화 없는 해결은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을 있게 한 그대로에서는 어떠한 해결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궁즉통을 위해서는 궁즉변(窮卽變)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變化)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갑작스런 퇴직(退職)은 절망이었다. 그가 택한 변화는 산에서 시작되었다. 그를 사로잡은 분노와 원망은 산을 통해 정화되어갔고 새로운 희망 또한 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뒤에 변즉통(變卽通)이 된다.

통(通)은 소통이면서 해결이다. 변화를 통해 이루어낸 긍정적인 결과는 오래 이어지게 된다. 즉 통즉구(通卽久)이다. 순환하는 자연이 그렇듯 영원한 것은 없다. 다만 오래 이어질 뿐이다. 그러나 어떤가. 변화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끌어 낸 지금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이다.

“새로운 일을 곧 할 예정입니다. 그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사를 마치고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잔을 권했다. 앞으로 그와 함께 할 산행의 발걸음이 기대되고 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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