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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리(縣里)

2017년 02월 07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설을 쇠고 난 다음 날 산양면 현리(縣里)를 찾았다. 바람이 불고 날씨는 차가웠다.

차를 세우고 마을길을 걸었다. 낮은 흙돌담 위에 오래된 기와가 얹혀 있는 고택들이 여러 채 눈에 들어왔다. 마당 깊은 그러나 황량한 고가들이 이방인의 낯선 눈길을 받아주었다. 아마도 옛날에는 마을 전체에 위세등등한 기와집들이 가득하였을 것이다.

현리는 인천 채씨의 동성반촌(同姓班村)이다. 16세기 입향조(入鄕祖) 유애공 채득호(蔡得湖) 이후 약 오백년을 후손들이 세거하고 있는 반촌마을이다. 전통있는 반촌이 그러하듯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적인 풍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근품산이 마을의 뒤를 받쳐주고 금천(錦川)이 마을의 젖줄인 셈이다.

살펴보면, 금천의 맑고 풍부한 물과 너르고 깊은 논과 밭은 학문을 이루고 입신양명의 현실적 성취의 수단이 되어주었다. 풍광(風光)과 경관은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아 부족한 부분을 드넓은 인문(人文)의 깊이로 채우면서, 주어진 현실을 긍정하며 안분자족(安分自足)의 삶을 이끌어내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현리는 오래된 옛날과 조금 지난 과거가 낯선 현재와 함께 서로 엇갈리거나 떨어져 있으면서 때론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영모재(永慕齋)를 지나 오른편 골목으로 접어들면 동네의 속살 같은 옛 고가들이 드러난다. 고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채가 담장 너머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대문과 연결된 일자형(一字形)의 구조이다. 그 대문 안쪽은 사랑채와 연결된 안채이며 전체적으로 ‘ㄷ’자형의 모습이다.

사랑채 왼편에 현판이 걸려 있었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고졸(古拙)한 전서체의 글씨로써 당호(堂號)인 듯 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 서예가인 경암 김호식 선생에게 물었더니 ‘화수헌(花樹軒)’이라고 했다. 이 집은 인천 채씨의 종택이다. 그래서일까. 당호인 화수(花樹)의 의미가 새삼스러웠다. 화수는 자손의 번창을 의미한다.

그 옛적에 이 마을 종손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목청높이 글 읽는 소리를 내었을 것이다. 그러면, 댓귀 받듯 덩달아 개 짖는 소리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방인을 맞이하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전통의 옛 마을이 그렇듯 이곳도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마침, 할머니 한분이 고택을 뒤로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보고 먼저 인사를 하였다.

“세배 하러 가요. 날씨가 추워 차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우애노....”

옛 반촌의 풍습 중 으뜸이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이다. 동네를 찾은 낯선 이에게까지 접빈(接賓)의 예(禮)를 차리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옛 인정의 자취가 남아있었다.

바람이 골목을 몰고 간 뒤 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근품산 자락 아래 옛 정자 양파정(陽坡亭)이 보였다. 골목을 벗어나니 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마을을 나섰다. 큰 도로를 마주하는 마을 초입에서 고택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시(市)에서 고택을 구입하여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요. 완공 후 단체에 임대해서 전통찻집이나 체험 또는 숙박용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문경시청 엄원식 학예사의 말이다. 문득, 언젠가 저 고가(古家)의 깊숙한 아궁이에 따뜻한 화기(火氣)가 살아난다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골목에는 개 짖는 소리 다시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났다.

어쩌면 그때, 마을의 묵혀져 있던 옛정들이 드러나고 옛이야기와 전설들이 주렁주렁 열리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른 고가들의 아궁이들도 다시 지피는 일이 마을을 살리는 가장 지혜로운 길일 수 있을 것이다.

현리(縣里)는 어느 시인이 ‘안동’이라는 시에서 읊은 것처럼, ‘어제의 햇볕으로 오늘이 익는, 그래서 과거로서 현재를 대접하는 곳’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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