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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2015년 02월 17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검찰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모처럼 들렀다. 직원들이 가장 많은 글을 올리는 자유토론방을 찾았다. 곧 있을 인사 때문인지 사직인사 글이 적지 않게 달려있었다. 혹시나 해서 살펴보았다. 대부분 낯선 이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를 눌렀다. 어느 청의 부장검사가 쓴 사직인사였다. 마지막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떠나는 지금 그래도 남는 것은 사람뿐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말보다 이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검사로서 또는 수사관으로서 지금까지 몸담아왔다면, 어찌 남는 것이 사람뿐이겠는가. 그에게 보람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가질 수사라는 직무가 있었지 않은가. 아마도 세상에 경종을 울릴 나쁜 죄를 저지른 자를 부지기로 엄벌해 왔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묻혀버릴 영구미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 보란 듯이 법정에 세워본 일도 있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어느 날, 자신 앞에서 울어버린 피의자의 눈물에 잠 못 이루며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듯 말로 다하지 못할 사건의 시작과 끝들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떠나면서 그는 남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했다.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나를 되돌아보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몸담고 있는 곳에서 한번쯤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일종의 일탈이다. 그러나 굳이 일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 시기는 분명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때 정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열심히 일해서 받았던 상(賞)일수도 있다. 그리고 순간순간 느끼는 업무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일 수도 있다. 또는 직위에 대한 자부심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때 이미 충분히 보상받은 감정들이다. 지나간 일이며 혼자만의 회상으로 남는 것이다.

그에 반하여 사람은 어떤가. 이 또한 지나간 인연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은 늘 따뜻하게 남아있다. 비록 다시 만날 기약이 없더라도 서로를 잇는 좋은 마음들은 머무르면서 남은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그 사람 그렇게 모질게 하더니 퇴직 후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어느 휴일, 함께 산을 오르던 이의 말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 부하직원들을 힘들게 하던 어떤 이가 퇴직 후 사람들의 외면으로 어렵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높은 직위와 경제적 부를 가졌더라도, 떠나면서 주변에 함께 할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삶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그런 이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래서 검사의 마지막 말처럼 ‘남는 것은 사람뿐’이라는 인사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 평소 떠나는 선배와 동료들의 인사 글을 읽으면서 훗날 나의 모습을 그리며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는 업무에 대한 성취와 보람을 공직자의 큰 덕목으로 삼았을 법하다.

그리고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선배와 동료들의 사직 인사 글을 보며 늘 그려왔을 것이다. 언제 어느 때에 대과없이 공직을 마무리하는 저들처럼, 그들의 저 글처럼 명예로운 사직이 되기를 일상처럼 되새겨왔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라야 떠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며 부러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당당한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우리 청에도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떠나는 이들의 무사함을 빌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준비해야겠다. 그것은 마음의 속 뜰을 잘 살피는 일에서 시작이 되어야 할 듯하다.

곧 설이 다가온다. 옛적에는 이때를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미 새해가 시작되었다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설을 맞이할 일이다. 더불어 지금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의 건강과 행복을 소망한다. 그들이 내게 남을 귀한 사람이겠기에 말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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