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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

2015년 02월 11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처음 이 이름을 듣고 설마 했었다. 당당한 제품의 브랜드임에도 아무렇게나 쉽게 지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하니 입에 익숙해졌다. 더구나, 만 가지 복이라는 이름에는 왠지 정감이 느껴졌다. ‘만복이’는 우리 지역에서 만든 전통 막걸리의 이름이다. 그리고 작명(作名)의 유래를 듣고서는 또 한 번 설마 했다.

‘만복이’는 막걸리를 만든 이의 성명을 거꾸로 하여 지은 것이다. 그래서 천상 만든 이와 만들어진 것과의 절묘한 운명을 감지했다.

이복만 사장, 문경새재양조장의 대표다. 막걸리와 어떤 운명이기에 이런 이름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앞뒤도 없이 늘어놓는 말에 그가 한마디로 말했다.

“우리 지역의 먹거리도 결국 문화 아닌가요.”

도끼로 찍듯이 지르는 그의 말에 순간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를 만났다.

그의 선조들은 지금의 문경문화원 근처에서 점촌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막걸리를 걸러냈다. 1920년대 무렵이란다. 3대라고 했다.

“사실은 웃대 어른들이 증조할아버지 때부터라고 해요…. 120여년 되었다지요. 하지만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 3대라고 한 건데, 실은 4대라고 해야 정확한 거죠.”

가업으로 100여년을 이어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1980년대 양조사업이 어려워 문경지역의 여섯 개 양조장이 흥덕양조장에서 합동으로 운영했어요.”

그 후에도 사업은 밝지 않았다고 했다. 하나 둘 다른 양조장들이 떠났다. 2010년 무렵, 양조장 운영에 큰 힘이 되었던 당숙도 떠났다. 그는 혼자 일어서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전통제조 기법을 직접 보아왔던 그였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어려워도 그 방법대로만 하면 될 듯했다. 그리고 ‘만복이’라는 브랜드로 생쌀 탁배기를 내놓았다. 뒤이어 오미자와 생 건배주 등을 생산했다.

“어릴 때 친구들이 만복이라고 불렀어요. 이름을 거꾸로 불러 놀렸던 거지요.”

어쨌던, 그것은 절묘한 네이밍이다. 이 이름은 전통을 담은 그의 양조철학과 함께 지역 먹거리의 대표적 상징이 된 것이다.

하지만, 궁금했다. 그가 만든 술에서 막걸리라는 명칭이 보이지 않았다. 탁배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막걸리는 일본인들이 자신들은 마산의 몽고정에서 나오는 물로 맑은 정종을 만드는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함부로 막걸러서 먹는다고 해서 낮추어 지은 것이라고 해요. 술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전해오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막걸리라는 말을 쓰지 않아요.”

탁배기는 탁한 술을 뚝배기에 담아서 마신다고 해서 옛 부터 부른 이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탁배기가 우리 술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만복이’의 호평으로 여러 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에서 기업인 부분 대상을 수상하였다. 전국적인 붐이 일었을 때에는 없어서 못 팔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술맛을 본 고객들의 격려가 더 큰 보람이었단다.

하지만, 세상은 물극즉반(物極卽反)이다. 만물은 극에 다다르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이치이다. 결국 좋은 때라는 것은 어려움, 어려운 극이 있은 뒤에야 가능한 것이다.

“그랬죠. 합동으로 있을 때 하루에 두세 박스만 판매되었어요. 직원 다섯명 월급을 십만원을 쪼개서 줄때도 있었어요.”

그런 시련을 딛고서야 이 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내면에 쌓인 양조 철학이 없고서야 4대 120년, 직접 양조업 40여년은 요원한 일이다.

“자기만 좋아하는 술을 만들어서는 안돼요. 이게 쉬워보여도 기본이 중요합니다. 탁배기로 큰돈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업을 해야지요. 탁배기는 서민이 마시는 부담 없는 술이라는 기본으로 업을 해야 한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그의 명성만큼 가진 것도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서민과 기본이라는 말에 저만치 사라졌다. 그리고, 가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는 선행은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와 헤어지면서 문득 탁배기 생각이 간절해졌다.

언젠가 저 탁배기를 함께 마시면서 선조들의 지난했던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곧 설이 다가온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탁배기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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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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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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