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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망자(亡者)를 위한 서(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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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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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평소 알고 지내던 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병중에 있었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가장이 된 그는 경제적 자립과 어머니를 봉양하는 자식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다. 또한 타고난 성실과 근면으로 스스로를 잘 다듬어오고 있던 터였다.
슬픔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그를 찾았다. 평소보다 다소 초췌한 그를 보고 문득, 며칠 전 신문에 소개된 여류시인 문정희 씨가 썼다는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시에서 어머니가 죽자 드디어 딸을 벗어 버렸다고 했다. 소개된 시의 구절은 이렇다.
‘끝없이 간섭하던 거울 속의/ 현모야, 양처야, 정숙아/ 잘 가거라’
시인은 어머니를 여윔으로써 그동안의 속박을 벗어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분명 자식으로서 부모를 여의는 것은 슬픔이고 아픔이다.
오죽하면 옛 사람은 부모가 돌아가심을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여 천붕(天崩)라고 하였을까.
하지만, 그렇게 큰 슬픔이지만 과연 무너진 뒤의 자리는 만연히 큰 비움으로 남게 될까. 어쩌면 부모가 떠남으로써 여자는 딸을 벗어버리고 오롯이, 이제 자기가 낳은 딸의 어머니로 거듭 날 수 있으며 남자는 어엿한 아버지의 위치에 서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시인은 어머니와의 사별로 평소 어머니가 자신을 가둬 두려했던 현모양처의 틀에서 해방되고자 했다. 심지어는 자신을 상징하는 이름까지 말이다.
그러나, 벗어나려고 하지만 비워진 자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죽은 부모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위치만 벗어났을 뿐이다.
흔히들 남자들은 아버지로부터 ‘사내답지 못한 놈’이라는 질책을 받으며 자라왔다. 소심하고 나약한 탓에 생긴 잘못에 대하여 누구로부터 위로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남자는 당당하고 떳떳하고 대범해야 한다는 영웅 콤플렉스에 갇히고 만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질책 당한 소심함이 싫었고 연약함이 미웠다.
나 탓이라며 나를 가두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사내답지 못한 것이 사람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타고난 바탕이 다를 뿐 그 다른 면이 단점보다 장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를 여의고서 아들로서가 아닌 성인(成人)으로서 스스로를 대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 것이다. 진정한 아버지가 되려는 자아에 눈 뜰 수 있었다.
시인은 시의 끝 구절에서 ‘나는 다시 어머니를 낳을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들은 언젠가 떠날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별에 아픔을 같이하며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단순히 아픔을 나누기보다 그 떠남으로 생겨난 빈자리에 채워질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언젠가 어떤 이로부터 우스갯소리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한 아버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에 세상과의 이별에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글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그의 재치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었다.
“오래 병중에 계셔서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그르네요.”
잠시 자리에 앉아 술을 나누면서 상주(喪主)가 된 그가 하는 말이었다.
나 또한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 그의 마음이 나의 술잔으로 전해졌다. 우리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즉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 일을 충분히 다하셨다. 하여 훌륭한 삶을 사셨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기꺼이 향을 피워 절을 올려 드리는 것이다. 다만, 가슴 아픈 것은 아름다운 이 가을에 홀연히 떠남이 애틋할 뿐이다.
그들의 발길과 눈길 닿았을 방방곡곡, 골골마다 단풍이 피어나고 있는 이 가을에, 하필 말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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