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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옛길 박물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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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6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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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휴일 늦은 오후, 새재를 향했다.
그리고 옛길 박물관을 찾았다.
폐관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이었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서 전시실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9월17일부터 12월 말까지 진성이낭((眞城李娘)의 묘(墓)에서 출토된 복식유물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래서 17세기 중반 우리 문경지역에서 살았던 중년 여인이 입고 있던 옷들과 생활 한복들을 볼 수 있다.
지난 2010. 4. 18. 문경시 흥덕동 국군체육부대 영외 아파트건립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회곽묘(灰槨墓)가 발견되었다.
붉은 명정(銘旌)에는 진성이낭지구(眞成李娘之柩)라고만 쓰여 있어 묘의 주인이 진성이씨 성을 가진 여자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알 수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미이라의 형태로 온전하게 보존되고 함께 발견된 복식 유물은 조선 중기 생활 복식을 엿보는 귀한 자료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연대측정 결과 1645년경 전후로 밝혀졌다.
약400년 전의 전통 한복들이 수 백 년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 전래의 옷은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 남자는 저고리와 바지 등으로 구분된다.
수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기본적인 형태인 상의와 하의의 나뉨이다.
저고리는 남녀 상의의 총칭이다.
이에 비하여 치마는 저고리 아래에 받쳐 입는 여성 하의의 이름이다.
그런데 여성 상의인 이 저고리가 참 재미있다.
고려와 조선을 지나도 치마는 별 다른 변화가 없는데 유독 저고리만 길이 등에서 시대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만 해도 저고리 길이는 엉덩이를 덮을 정도였고 소매통 또한 넓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즉 양란(兩亂)을 거쳐 18세기 이후에 들어서게 되면 소매의 통이 좁아지며 저고리 길이 또한 점점 짧아진다.
심지어 19세기와 1900년경에는 소매의 아랫부분인 배래와 저고리 밑인 도련이 일치하여 여성의 젖가슴이 보일 정도이다.
옛 풍속화에서 가끔 저고리 도련 너머로 젖을 내놓고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시된 저고리의 길이도 가슴을 충분히 덮을 정도이며 도련은 곡선이고 소매통 넓이도 적당한 듯하다.
개인적인 느낌이건데, 이 옷을 포함한 이 시대의 옷들이 유교적 관습에 따른 여성의 정숙미와 절제미를 잘 표현하면서 전체적으로 풍성한 안정감을 주는 듯하다.
저고리의 깃 또한 이채롭다.
전시된 옷은 깃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여밈 부분인 섶의 코를 제비부리처럼 자른 당코깃이다.
보름달 모양의 칼깃저고리도 있다.
후기에 가면 깃이 둥글어지는 경향으로 바뀌는데, 이 당코깃 저고리는 섶의 코 부분을 가볍게 자름으로써, 앞섶을 중심으로 비례와 균형미가 돋보인다.
또한 이 당코깃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묘한 절제감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지금과 같이 별도의 수의(壽衣)를 입히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입고 있던 옷을 깨끗이 입히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의 회곽묘 안의 여백에 다른 옷들을 종류별로 켜켜이 넣어두었다.
그리고 땅에 묻었다.
그래서, 지금 수 백 년이 지나도 그 때의 옷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우리들은 옛 사람들의 옷에서 그저 옷의 외적인 면만 보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물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옷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대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개인적 생활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가을날, 문경새재 옛길 박물관 전시장에 펼쳐진 약400년 전의 당코깃 저고리 한 벌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묻어둔 이야기들을 꺼내어 애써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을, 옛길 박물관 앞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큰길에는 어느 가수가 지나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박물관을 나서면서 정작 마음은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
먼 훗날 에 오늘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지금 이 하루도 저고리의 주인이 살았던 시대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무상함이 들었다.
박물관 앞, 폐사지의 석탑 옥개석에 짧은 바람이 머물고 있다.
가을, 옛길 박물관에는 시간이 멈춰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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