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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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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8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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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초등학교 무렵, 지금의 침례교회 주변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좁은 골목길들이 많았는데 소년은 그 작고 소소한 길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등교도 동네 구멍가게 옆 좁은 골목을 지나 지금의 그린가든 뒷골목을 따라 옛 변전소 앞길로 자주 다녔었다.
매일 같은 길이었지만 소년에게 그 길은 미지로 떠나는 여행과 같았다. 골목에는 한옥의 치켜 올라간 처마와 이층 양옥 지붕들이 담 너머로 보였고 다양한 모습의 집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에 소년의 마음을 끌었던 것은 한옥이었다. 나무 대문과 격자무늬 창호문 그리고 처마의 보와 용마루의 긴 선들은 보기에 좋았다. 간혹 그 대문 틈 사이로 안뜰의 예쁜 꽃과 정원수를 보게 되면 그 다음에 이어질 공간에 대한 상상이 더해졌다.
그러다가 ‘아, 저곳에 살아봤으면…’하는 마음에 그 집 주위를 기웃거리곤 하였다. 한옥만이 아니었다. 골목에 있는 각각의 집들은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마치 비밀의 화원 같았다. 거미줄처럼, 미로 같은 골목길들은 비밀의 화원들을 숨겨놓기에 제격이었다.
그 집 속에는 소년이 여태 보지 못한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그래서 소년에게 집은 아늑함과 편리한 기능 외에 내밀한 아름다움에 대한 대상이기도 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골목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집들도 변해갔다. 따라서 비밀의 화원들도 사라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련한 기억 저편 속에 묻어두었던 집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실재하였지만, 추억 속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오래된 옛 그림 같은 집이었다.
며칠 전이었다. 산악회 회원들과 저녁을 함께 한 뒤 오케이마트 앞 흥덕 삼거리 길을 혼자서 걷게 되었다. 그때 작은 이층 목조건물이 보였다. 마치 옛 그림 하나가 주변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시간이 멈춘 듯 홀로 걸려 있는 듯했다.
다른 때는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그 이층 목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늘 저 그림 속이 궁금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비밀의 화원 같은 저 안뜰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 키보다 작은 나무문으로 몸을 넣었다. 오래 묵은 페인트 냄새가 났다. 그것은 시간이 멈춘 비밀의 화원만이 지닌 향기였다. 주인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십년 전에 시집오면서부터 이곳에 있었어요. 다른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이 일을 계속하게 됐네요.”
어린 시절 보았던 이전부터 이곳은 담배와 과자 등을 파는 구멍가게였다. 집 가까이 있던 이 일본식 이층 나무집을 보면서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저 이층에서 내려다보는 길거리의 모습은 어떤지가 궁금했었다.
어쩌면, 이층이라는 구조와 일본식 집이라는 이국적 분위기 때문에 이 집은 어느 곳보다 비밀의 화원에 가장 근접했던 듯하다.
“그때에는 시어머니가 1층에서 가게 일을 하셨고, 우리 부부가 이층에서 살았어요.”
예순이 조금 넘어 보이는데 스스로 칠십이 넘었다면서 할머니는 후덕한 모습으로 웃으셨다.
“가끔 사람들이 집이 옛날 그대로 있다면서 들어와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가요.”
그래, 이곳은 나만이 아니라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함께 남아있는 향수 같은 곳이다.
“돈을 벌었으면 집을 고치고 했을 텐데…. 담배 팔아 용돈 버는 정도지요.”
이 집이 최소한 오십여 년 이상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멍가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듯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경제적 이유로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을 둘러보았다. 앉았던 자리가 작고 낮았지만 좁지 않았다.
머리가 천정에 닿을 듯했지만 낮지 않았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보였다. 하지만 굳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건 언젠가 다시 펼쳐볼 그림 한 장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예기치 않게 가슴에 묻어둔 추억, 비밀의 화원 속을 들여다 볼 기회를 얻었다.
어쩌면 점촌에서 가장 오랜 구멍가게일지도 모를 오십년 넘은 이층 목조건물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하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함께 이 건물이 추억 같은 비밀의 화원으로 여전히 남아 있기를 바랬다.
바람이 흥덕 삼거리 길 저 쪽으로 몰려갔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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