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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警句)

2016년 01월 1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한 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각도 없이 시간들이 그냥 지나갔다.

사무실 책상 한 모퉁이에 얼마 전, 새로 받은 새해 업무일지가 눈에 띄었다. 흰 여백으로 가득한 종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해 업무일지를 꺼내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묵은해의 업무일지에 적혀있는 짧은 경구(警句)들을 옮겨 적곤 했던 것이다.

한 해 동안 마음을 움직였던 글들이 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로 하였다. 한 장씩 넘겨보았다. 그때, 한 줄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지만 영원히 흔들고 있는 바람은 없다.’

그 글에서 한동안 멈추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실려 있는 글이었다. 글의 제목은 ‘고요히 있으면 물은 맑아진다’ 였다.

시인은 마음이 어지럽고 힘이 들 때면, 고요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였다. 가만히 있으면 흐린 것은 아래로 가고 물은 맑아지니, 맑아지면 욕심이나 삿된 마음들이 가라앉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한 줄의 글을 박아 넣었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지만 영원히 흔들고 있는 바람은 없다’

그것은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바람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말이다. 바람은 제 갈 길만 갈 뿐이다.

나무는 어쩌다 바람이 지나는 길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바람이 지나가면 나무는 다시 제 모습대로 서 있다. 마치, 번개가 치고 비구름이 하늘을 가리지만 곧 푸른 하늘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적지 않은 바람이 불었고 적지 않게 흔들렸었다. 그러나, 영원히 흔드는 바람은 없음을 알고 스스로를 위무하였다.

몇 장을 더 넘겨보았다. 그런데, 여러 번 언급되는 주제어가 보였다. 그것은 덕(德)에 관한 것이었다.

일지에는 ‘덕필고(德必孤) 필유인(必有隣)’ 을 비롯하여 ‘복은 검소함에서, 덕은 스스로 낮추고 물러섬에 있다’ 와 같은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오래전, ‘덕승재(德勝才), 위군자(爲君子)’라 하여 즉 재주보다 덕이 앞서면 군자라는 글을 접하여, 이미 집의 당호를 덕승재(德勝齋)로 지은 터였다. 그래서 이러한 글귀들은 스스로를 다듬고 격려하는 마중물과 같은 것이다.

덕은 무엇보다 우리의 내면을 지향하지만 그 결과는 외부로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착한 일을 하거나 공덕을 짓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뻐하고 찬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업무일지 흰 여백의 한 가운데에 ‘수희찬탄(隨喜讚嘆)’ 이라는 한자어가 적혀 있는 것은 까닭이 있어서이다.

묵은 업무일지 뒷부분에서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이라는 한자 밑에, ‘항상 자녀가 좋다고 말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글에서, 며칠 전에 군에 입대한 둘째아들이 떠올랐다. 안해와 함께 아들을 훈련소까지 배웅해주었다. 그때, 부모 곁을 떠나 웃으며 연병장으로 향하는 아들을 보며 좀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후회는 언제나 마지막에 찾아오는 법이다. 평소에 아들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기보다 나쁜 것을 드러내 경책하는데 더 치중하였다는 자괴감이었다.

지족상락은 자녀만이 아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삶에는 마땅한 즐거움이 따른다고 한다.

새해, 새 업무일지에 옮겨 적을 경구들을 정리하면서 이렇듯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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