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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2015년 06월 01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K수사관을 고검장 표창 대상자로 올리죠.”

회의를 마치면서 지청장이 하는 말이었다. K수사관은 현재 집행계에서 미집행자 검거와 강제집행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집행업무는 피고인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과 재산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을 때 이들에 대한 형을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 가운데 그의 일은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고 도주한 경우 신병을 검거하는 일이다. 또한 고액 벌과금을 미납한 자들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는 다양한 방법을 응용하여 실적을 높이고 있다. 낮과 밤, 그에게 있어서 업무시간이라는 구분이 없다. 또한 전국이 그의 업무장소이며 활동 무대이다.

어느 날 당직을 할 때였다. 법원으로부터 수사 목적의 영장과 집행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기록들이 넘어왔다. 조금 뒤 K수사관이 당직실에 들어와 기록들을 보더니,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기록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 얼굴에서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의 표정이 묻어났다. 그의 덕분으로 집행계 업무실적이 적지 않게 개선되었다. 그래서, 지청장이 업무회의에서 K수사관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그는 법학을 전공하였다. 그래서 그런 전공자들이 품는 야심대로, 그도 더 큰 성취를 위해 고시공부를 하다가 늦게서야 검찰수사관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적지 않은 나이인 그가 공직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궁금하였다.

상주에 와서 그가 맡은 일은 민원업무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업무에는 다소 초연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에 더 관심을 두는 듯하였다. 여가활용에 마음을 쓰는 듯 보였던 것이다.

주말이면 시골로 달려가서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더구나 그 일에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였다고 했다. 요즘 직장인들이 농촌생활을 통하여 보람을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K수사관에게는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현실과 그가 꿈꿨던 야망과의 괴리감이 그를 현실 밖에서 다른 만족을 취하도록 내몰게 한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비록 나이가 적지 않다지만 공직생활 전체로 보아서는 아직 많은 시간들이 그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공직을 처음 하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생활을 하는 일이 우선이 되어야 할 듯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업무를 통한 작은 성취감과 윗사람의 칭찬과 격려에 보람을 느끼는 그 조그만 행복 같은 것 말이다.

다행히 새로운 집행업무를 맡고 부터는 달라졌다. 이제야 자신의 일을 찾은 듯 보였다. 현실에 충실함으로서 현실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보이는 듯했다.

“요즘은 거의 못하고 있어요.”
어느 날, 그가 했던 농사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그는 현재에 머물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현실과 떨어진 일에 머물다 보면 현실을 벗어나게 되고 미래 또한 마찬가지가 된다. 며칠 전, 그에게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있어요.”
어쩌면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해야 할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힘든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현실을 이루려는, 성취하고자 하는 꿈과 연결되는 일이어야 한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이번 상반기 고검장 표창은 K수사관이 꼭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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