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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우(忘年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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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9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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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창문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였다. 늦은 저녁 여러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부드러우면서 온화한 얼굴의 어떤 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계속 하였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는데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가 생각나네요.”
그리고는 한시를 하나하나 읊는 것이었다. ‘秋夜雨中(추야우중)에 秋風惟孤吟(추풍유고음)이라.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하니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인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이라.
최치원이 당나라에 있으면서 자신을 알아주는 이 없는 현실과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읊은 명시이다. 고운 선생의 시를 자세히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가만히 웃음을 지었다.
새해가 마악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눈이 오는 휴일, 가까운 지기들과 문경새재를 찾았다. 제3관문 조령관에서 점심을 하고 즐겁게 눈을 맞으며 내려오던 중에 낯선 전화를 받았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밝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최창묵입니다.”
그와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산양면 봉정리, 고운 최치원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굴골이 고향이라고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약국을 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우리 지역신문인 ‘주간문경’을 구독하면서 ‘창이 있는 덕승재’에 실린 글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전 'wish list'라는 제목의 글에 실린 ‘부훤당 김해’를 언급한 부분을 읽고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훤당 김해’는 17세기 산북면 보가리(지금의 서중리)에 살았던 우리 지역의 유학자로서 시와 문에 능했던 선비였다.
최근에 자신의 친구가 선조(先朝)가 쓴 ‘부훤당선생문집’을 국역하여 출판하였는데 신문에서 부훤당에 대한 글을 접하고 반가웠다고 했다.
“제가 그 책을 정 선생한테 보내드리도록 할께요.”
며칠 뒤, 그 책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보았다. 그리고 그 책에서 우리 지역의 풍광과 자신의 마음을 대비하며 오롯이 시문(詩文)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간 유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재와 진남교반 산자락에 산벚꽃과 함박꽃들이 파스텔물감으로 변하는 봄날, 그와 해후하는 기쁨을 가졌다. 친구인 주암정의 채훈식 할아버지와 부훤당선생문집을 국역한 김의묵 선생도 함께하였다. 부족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그들의 넓고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인문학 특히, 사찰 등 우리나라 문화재에 깃든 세세한 이야기들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게 생활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책을 보내는 ‘아름다운선물101’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었다.
여름 무렵이었다. 점촌에 내려올 일이 있다고 하면서 그때 부모 없이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섯 남매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저녁을 함께 하면서 장학금을 전달해 주었다. 그 후에도 틈틈이 어려운 이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일들을 도와주고 있다.
“시에서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나오죠. 옛 중국의 백아(佰牙)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이는 친구 종자기(種子期) 뿐이라는 고사에서 나온 말인데 지금 이 말이 생각나네요.”
문득, 지역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작은 일에 무엇보다 전문가적이고 해박한 지식으로 언제나 멀리 앞서 있는 그가 나에게서는 ‘지음(知音)’과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멀리 있으면서 찾아와 격려해 주는 그가 고마운 것이다.
“오늘, 망년우(忘年友)를 만난 듯합니다.” 나이가 훨씬 적은 미소(微小)한 사람을 나이를 잊은 벗이라고 부르는 말에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한잔 술에 고개를 들어 그의 망년우를 기꺼이 받았다. 가을 밤 비 내리는 오늘, 벗을 만났음이다. 추야우중(秋夜雨中)에 봉망년우(逢忘年友)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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