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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2013년 09월 27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청사 이층 계단에서 직원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결혼한 지 십 여 년이 넘은 사내 부부 커플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 그래요.”

둘의 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로 밝게 웃으면서 존댓말을 하는 그들의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와 일을 하면서도 그들의 높임말 대화가 쉽게 잊혀 지지 않았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산속에 사는 어느 중년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다른 내용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는 부부의 모습이었다. 왜 서로 존댓말을 하느냐는 피디(PD)의 질문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 높임말을 하다가 화가 나면 반말을 하기도 하지만, 반말을 하다가 화를 내면 막말이나 욕을 하게 되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죠.”

그래서였을까. 그들의 일상은 평화로워 보였다. 남편을 대하는 아내의 마음은 존경심으로 가득한 듯했고,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 또한 부드러워 보였다.

일반적으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존댓말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면서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는 무척 인색하다. 아니, 당연히 반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아내가 연하(年下)이기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는 듯하다.

텔레비전에서나 주위에서 연하의 남편이 연상의 아내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결국, 아내에 대한 남편의 반말은 전통적 부부관계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남녀가 평등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틀이다.

요즘 들어서, 안해에 대한 마음이 새삼스러워짐을 느낀다. 나이 탓이고 세상을 알아가는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안해를 탓하고 화를 내는 마음들을 내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들여다보면, 논리적 분별도 타당한 근거도 없다. 남자라는 자격에서 바라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짧고 단호한 반말은 편협한 속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결혼 전에는 안해에게 존댓말을 하였다. 그때에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여러 번 생각을 하고, 높임말은 안해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높임말이 사라지면서 안해에 대한 존중의 마음도 줄어들었다. 높임말이 배양한 그 마음자리에는 어느 새 다른 부정적인 마음들이 자리를 틀기 시작하였다.

세월의 고단함과 힘겨움은 안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이 되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런 긍정의 마음들을 매일 자라도록 하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는 사내 커플을 보며 부부는 그냥 단순히 살아가지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몇 달 전, 우리 청에 고검장의 지도방문이 있었다. 고검장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 부부 중 남자직원에게 고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직원들에게 잘 해 주고 싶은데 뜻처럼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직원의 대답을 들으면서 평소 그의 마음 씀씀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들과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의 직원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그들 부부가 집에서 직접 마련해오는 건강음료들 때문이다. 검은 콩을 갈아오기도 하고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오기도 한다.

서로를 배려하여 높여주는 마음들이 긍정의 힘으로 변하여, 주위 사람들에 대한 베품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방이 아닌 쌍방의 시선으로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대화에서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 대화의 기술은 존댓말이고, 이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배양해주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이제 추석이 지나갔다. 명절의 분주함과 번다함으로 안해는 정말 힘겨운 연휴를 보냈다. 새삼, 안해에 대한 존댓말의 가치를 되새기며 추석날 분투(奮鬪)한 안해, 내 삶의 한 결 같은 동반자인 그녀에게 깊은 존중의 마음을 담아 한 줄 엽서를 보낸다.

“수고하셨습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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