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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각(靑雲閣)

2013년 09월 23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문경새재를 다녀오는 길이면 가끔 청운각(靑雲閣)을 들르게 된다. 청운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하숙생활을 했던 곳이다. 그는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던 1937년부터, 문경초등학교의 전신인 문경서부심상소학교에서 3년간 교사로 근무했었다. 청운각 뒤에서 주흘산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건물이 문경초등학교이다.

청운각은 ‘ㄱ'자 형태이다. 주인이 거주하였을 본채의 오른편에는 교사시절 생활했던 단칸방이 있다. 지금은 그와 영부인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도로변 담벼락에는 살구나무 한 그루가 고사목으로 남아 있다. 이 나무는 박 전 대통령이 1979. 10. 26사태로 서거한 이틀 뒤에 때 아닌 꽃 두 송이를 피우고는, 곧 시들어 버렸다고 한다. 나무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의 뜻을 짐작하여 ‘충절의 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마당가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오래된 이 우물은 교사시절 음용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물 안에서 오동나무가 자라더니 지금은 우물을 덮을 정도로 성장했다. 예로부터, 오동나무는 봉황이 깃들어 사는 나무라고 한다. 또한 봉황은 군왕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휘장에 봉황이 그려져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물에서 오동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예견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청운각에는 각각의 구조물들을 중심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얽힌 이야기들이 시대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는 그와 관련된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있다. 그렇다면, 청운각이라는 공간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무 살 청년 박정희의 꿈과 고뇌 그리고 야망, 대통령으로서의 좌절과 아버지로서의 희망이라는 명사(名辭)로 대변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은 공간은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현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 해, 청운각의 공간을 넓혀 영정각과 기념관 그리고 화장실 등 3동을 새로 지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확장될 공간의 구조도 이러한 상징성을 더하고 대변되는 명사(名辭)적 의미들이 포함되어져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이 집의 이름이 ‘청운(靑雲)’이 듯이 청년 박정희의 꿈과 희망, 고뇌로 축약하는 개념이 설계되어져야 했다.

공간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에 있던 담장을 헐어 버림으로써 관람객의 입장에서 새로 지은 건물들이 청운각과 동일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또한, 새 건물들이 청운각보다 더 높고 규모가 커, 주 소재(청운각)가 그 안에 들어가 버린 형세가 되었다. 그리고 옛 하숙집이 지니는 공간의 실재감, 그곳에서 느끼는 아늑함과 역사적 사실감을 방해받게 하였다. 청운각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존중한다면 담장으로 구분하여 그 공간의 성(聖)스러움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화유적 담당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그 대상, 즉 소재(object)를 둘러싼 주변의 외관, 즉 공간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오직 소재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그 소재가 그 장소에 있게 된 이유, 즉 주변 경관과의 조화에 따른 최초의 선택에 대해서는 간과해 버리는 것이다. 공간은 소재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이다. 파사드(facade)는 단순한 건물의 전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재와 그 주변 공간의 조화 전체를 포함하는 말이다.

지금 청운각과 나란한 영정각과 기념관 등을 바라보면, 어느 것이 주(主)가 되는 대상(object)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다. 육중하고 우람한 이 건물들은 높은 단 위에 위치하여 청운각을 초라하게 한다. 그래서 이곳에 서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청운각과 나란하거나 낮은 높이로 옛 초등학교의 교사(校舍)를 재현하였으면 어떨까. 그 안에 영정과 화장실을 모두 포함하고, 교사시절의 박정희와 관련된 유물과 기념물들을 전시하였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천편일률적인 기와형 건물을 지양하는 새로운 양식의 기념관은 관람객들의 감성을 더 자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건물, 특히 박물관이나 기념관의 외관은 전시되는 소재들의 상징을 담아낼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난다. 그리고 규모는 주된 건물보다 작고 겸손해야 한다. 관람객들이 보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박정희의 모습이 아니다. 오직 이곳, 청운각에서만 직접 볼 수 있는 젊은 시절의 그이다. 계단을 내려와 바닥을 보았다. 문득, 바닥 타일에 새겨진 어느 초등학교 학생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경에 박정희 대통령이 사셨다는 게 자랑스럽다.’

바로 지금 청운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이와 같다. 그래서 청운각이 갖는 공간 스토리텔링은 더욱 확장되어야 하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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