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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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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8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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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A씨는 그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마당에는 종이들이 너부러져 있었고 방안에 있던 책들이 남김없이 사라진 것이다.
“에구야~ 이게 무슨 일이더냐.”
놀란 A씨는 마당으로 뛰어나와 이웃집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멈, 할멈 우리 집에 있던 책들이 도대체 어디로 간 거유~”
“무슨 책들을 방안에 그렇게 많이 들여놨어. 조금 전에 고물상에서 다 가져갔어.”
A씨는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차를 몰고 고물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할머니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날 그의 아내는 고물상에 여러 번 전화를 했다고 한다.
마침 한 고물상에서 5만원을 준다고 하여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때 아내는 고물상 주인과 옆집 할머니가 들으라는 듯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책은 보지도 않고 쌓아 놓기만 해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구석마다 책이고 바닥에 치이는 게 책이에요. 이놈의 책 다 버려야겠어요.”
책을 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A씨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모았던 귀한 책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각종 대백과사전과 국내외 문학전집류 등만 해도 수 백 권이 넘었다.
그리고 직접 구입한 문학관련 서적과 전문서적, 간행 문집과 선물 받은 책들까지 수 천 권에 이르렀다.
그 책들이 단돈 5만원의 가격으로 고물상에 팔려가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대낮에 벌어진 것이다.
책 한 권 한 권 마다 A씨의 기쁨과 탄식, 그리고 기대와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책들을 자신의 분신과 같이 여겼던 것이다.
고물상 마당 한 켠에 다른 고물더미와 함께 용도폐기 된 쓰레기처럼 방치된 책들을 발견했다.
A씨는 정신없이 고물상 주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호소했다.
“저 책들을 팔수 없습니다. 다시 가져 갈 테니 돌려주세요.”
주인의 허락을 받고 세 시간에 걸쳐 책을 정리하여 싣고서 기진맥진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모으기만 하였지 쌓이는 책들을 정리하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집안 곳곳이 책이었다.
어느 때는 지하실에 쌓아놓은 책들이 모두 비에 젖는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잠자코 있던 아내가 토로하듯 말했다.
“매일 운동하고 술 마시면서 언제 책을 보기나 해요. 책이라면 보기도 싫어요.”
그때쯤 눈치 챘어야 했다. 아내의 마음을 말이다.
아, 그래도 이것은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다.
하지만, 평소 남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헤아리는 성품인 A씨는 이번에도 마음을 돌이켰다.
그러나 이처럼 다시 책을 가져온 것을 알면 아내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A씨는 아내 몰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가져온 책을 이웃집 할머니에게 부탁해서 이웃집 골방에 쌓아두기로 했다.
아무 일없이 며칠이 지났다. 이제 한 시름 놓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가 찾아와 책들을 되가져가라고 하였다.
이유인즉, 시내에 있는 아들이 마침 잠을 자려고 골방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름에 아이들이 놀러와 방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책을 가져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고심 끝에 책의 양을 반 이상 줄이기로 타협했다.
그리고 그 버려지는 책들을 태웠다. 분서(焚書)였다.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그의 영혼은 갱유(坑儒)가 되었다.
아, 21세기에 이런 분서갱유라니! A씨는 탄식하고 탄식했다.
책을 다 태울 무렵 그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A씨와 저녁을 함께하면서 들은 이야기의 전말이다.
분명 안타까운 이야기였지만, A씨 특유의 감성과 언변은 내내 웃음과 탄식을 거듭하게 하였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서울의 최 선생님한테 선물 받은 백자 도록 책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건 사무실에 있지. 다른 책들도 사무실에 더러 있어.”
미소를 짓는 A씨를 보며 마음을 놓았다.
그 책은 언젠가 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A씨의 이야기를 듣고 망설여졌다.
우리 집 거실 한 켠에 쌓아놓은 일 년치가 넘는 신문 더미가 떠올랐던 것이다.
언제부터 거실이 지저분하다며 안해의 고물상 운운하는 잔소리가 잦아지고 있던 중이었다.
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아! 분서갱유라니.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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