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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

2014년 07월 0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신문에서 집사람을 안해라고 표현하던데 보기 좋더라고.”

어느 날, 저녁을 함께 한 선배가 하는 말이었다.

그랬다. 언제부터 글에서 아내 대신 안해라고 적고 있다.

안해는 아내를 뜻하는 옛말이며 유래이기도 하다. 안은 안(內)을 뜻하고 ‘해’는 방위를 뜻하는 ‘쪽’과 ‘~의 것’, ‘사람’이라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해를 ‘집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의미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현재 북한에서는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라는 말이 결혼한 남자라는 단순 의미의 한자어인 것과 달리 아내는 순수 한글이라는 점도 비교된다.

어떤 이들은 안해를 ‘내 안의 해’, ‘우리 집안의 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내가 안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삼십대에 안해는 그냥 아내였다.

이십대 청춘의 연장선에 있던 그 시절에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어쩌면 잘 갖추어진 무대였고 서로에 대한 호칭 또한 의례적인 사회적 용어 이른 바, 그냥 아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십대가 지나가는 어느 때 부터 아내는 내게 다른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정확히 그 시점을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병중에 있을 즈음이었던 듯하다.

집에 오면 얼굴을 마주하고 다음 날 출근하면 인사만 하는 나와 달리 안해는 아버지를 더 가까이 대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약을 챙겨드리고 안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드렸다.

그래서였을까. 당신이 아플 때 의지하려 하고 먼저 찾던 이도 안해였다.

안해는 가정이라는 공통의 문제에서 결정을 하려할 때 한 발 앞선 길을 찾아주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라는 인식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안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십대부터는 가정과 사회가 잘 짜여 진 무대가 아니라 변화무상한 실전의 무대였다.

그런 때 사람들은 곁에 있는 사람을 반려자라고 한다.

인생의 동반자라는 뜻이다.

그 말은 삶이 기쁘고 즐거울 때 보다 어려울 때 절실할 수밖에 없다.

“곁에 있으면 따뜻하지. 그건 부인이 해처럼 비쳐주기 때문이에요.”

평소 찾아가던 절의 큰 스님이 하시던 말씀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내 속 뜰을 들여다보고 정말 안해가 ‘내 안의 해’ 였음을 절감했다.

그때부터 주저 없이 안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살펴보면, 남자들에게서 아내는 단순한 안사람이 아니다.

더 이상, 아내들이 옛날처럼 집안에만 박혀 있지 않다.

그래서, 고유한 옛 의미의 아내라는 말은 지금에는 맞지 않다.

중년에 접어든 남자라면 아내를 ‘내 안의 해’, ‘집안의 해’와 같은 존재임을 공감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제는 아내라는 말 대신에 주저 없이 안해라고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어색한 사랑의 고백보다 덜 어색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에 있는 보물의 소중함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스님의 말씀처럼, 나를 비추이는 해와 같은 안해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내 속성을 인정하면서도 해처럼 대우하지 못한다. 아니, 해의 고마움을 자주 잊어버린다.

얼마 전, 안해와 함께 꿈꾸어왔던 우리가 머무를 곳을 찾았다. 매 주말이면 그곳에 찾아가 둘이서 주변을 정리하며 다듬고 집에 돌아와 새로운 구상을 하곤 한다.

한여름인 그곳에서 먼지가 쌓인 짐들을 정리하다가 안해의 얼굴을 보았다.

뙤약볕에 상기되어 땀을 흘리는 그미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잘해주지 못했는데, 이제 더 큰 짐을 나누어지게 하였으니 여간 미안하지가 않았다.

더구나 어제처럼 스스로 힘에 부칠 때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쓰는 이 글은 그런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미에게 주는 내 작은 사랑의 헌사(獻辭)이다.

아니, 중년에 접어든 남편들을 대신하여 이 세상의 모든 안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장맛비가 온다. 젖은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고 한다.

사랑 또한 그러할 것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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