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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토천兎遷 ① - 팩션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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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3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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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아침 해가 밝았다. 임진년 4월 26일이었다. 밤을 새운 신길원 현감은 동헌 뜰을 거닐었다.
저 아래 객사인 관산지관이 좌우날개를 활짝 펴며 주흘산과 아침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객사 남쪽에 경운루(慶雲樓)가 팔작지붕을 펼치며 운치를 더했다.
며칠 전, 누대 앞 연못가 버드나무에 새 잎이 나고 연정(蓮亭) 아래 섬돌에 푸른 이끼가 돋았음도 보았다.
“아, 정녕 봄은 왔지만 지금은 봄이 아니다.”
탄식하고 있을 때, 군기고(軍器庫)를 지키던 나이 많은 관병이 제 머리보다 큰 군모를 쓰고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사또, 상주목이 어제 왜군에게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현감은 애써 눈을 감아버렸다.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다급한 상황이라 성안의 관병을 모두 모이게 하였다.
군기고와 마방 그리고 성루를 지키던 병사들이 동헌 앞뜰에 모였는데 대략 열다섯 명 정도였다. 대부분이 나이가 들거나 어려서 전쟁을 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다.
사흘 전, 상주목으로 향하던 순변사 이일순이 문경 관아에 들러 한바탕 난리를 쳤었다.
이일순은 현감에게 군사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미, 제승방략에 의해 관병들은 대구로 집결하러 내려간 뒤여서 남아있는 관병들은 현의 기본적인 치안과 유지를 위해 불기피한 최소한의 인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순변사는 군기고에 남아있는 쓸 만한 군장비와 식량들을 챙겨가면서 자신을 노려보며 만약 왜적이 쳐들어오면 절대 도망가지 말고 성을 끝까지 지키라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현감에게 눈을 부라려 냉소를 짓고 떠나갔다.
“사또, 모두 모였습니다.”
군기고를 지키던 관병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은 현감은 그들을 향해 비장하게 말하였다.
“적들은 상주성을 함락하고 곧 이곳에 닥칠 것이다. 미개한 왜(倭)가 전쟁을 일으켰지만, 분명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 나의 목숨은 나라에 바치기로 하였다.”
그때였다. 어린 관병이 현감의 말을 끊으며 말하였다.
“사또, 저의 목숨도 나라에 바치기로 이미 마음먹었습니다.”
맨 앞줄에 있던,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의 어린 관병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순동(順童)이었다.
현감은 이년 전 이 맘 때쯤, 처음 부임하던 날이 떠올랐다.
첫 날 저녁 늦은 때에 관산지관의 좌익사를 혼자 거닐고 있었다.
갑자기 근무 중이던 관원이 뛰어와 아뢰는 것이었다.
“사또, 방금 양반집을 털던 도둑이 잡혀 왔는데 어찌하오리까.”
일과가 끝난 뒤였지만 마을의 사정을 미리 알고 싶은 현감은 동헌에서 도둑을 문초하였다.
그는 40대 초반의 사내였는데 현감을 보자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사연인즉, 그는 연로한 부모와 다섯 명의 자녀들을 부양하고 있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터에 겨울 동안 일이 없자 먹을 것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영양실조로 죽을 지경이 되자 결국 양반집 담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감은 그를 옥에 가두고 사실 확인을 한 뒤, 그의 가족에게 구휼미를 풀어 꾸어주고 그의 아들인 순동이를 관원이 되게 하였다.
그 후, 마을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선정을 베풀며 농정에 힘써 목민관으로서 고을민들의 존경을 받아왔던 현감이다.
“사또의 선정으로 저희들 가족들이 이미 깊은 산골로 안전하게 대피하였습니다. 나라의 녹을 먹은 저희들은 이미 살만큼 살았으니 사또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습니다.”
나머지 관병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현감은 비록 그들이 왜적을 대적할 용맹한 군사는 아니지만 애국충정만큼은 그 이상임을 알고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적들은 오늘 함창과 유곡역을 지나 토끼비리, 즉 토천(兎遷)에 다다를 것이다.”
현감은 천혜의 험지(險地)인 토끼비리를 떠올렸다. 미리 이를 방어하고 대비하려던 자신의 군사방어책이 무산되고, 이에 앞선 순변사 이일순과의 악연에 탄식했다.
※ 팩션스토리는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조합으로 스토리텔링 기법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이야기이며, 등장인물 또한 현감을 제외하고는 허구입니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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