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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2014년 05월 14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산과 들에 피었던 꽃들이 하나씩 지고 있다. 꽃이 진 자리에는 연둣빛 신록이 대신하고 있다. 봄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집 마당도 예외가 아니다. 꽃들이 있던 자리는 푸른 잎들로 바뀌어가고 있다. 나무에는 꽃 대신 작고 앙증한 열매들이 달렸다.

매실은 영글고 있고, 앵두는 꽃보다 더 붉어질 것이다. 감나무도 작은 열매가 맺혔다. 마당 한 켠에 자리한 석류만이 맨 가지를 드러내놓은 채 아직 겨울을 회상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이었다. 가까운 지인들과 점심을 함께 하였다. 식사 후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따뜻한 차(茶)로 몸을 녹이는데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윤석화의 ‘봄날은 간다’ 였다.

한겨울에 어울리지 않을 듯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용필도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장사익도 불렀다.

그리고 자우림 같은 젊은 가수도 새로운 감각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음반에는 ‘봄날은 간다’ 한곡뿐이었다.

그런데, 묘했다. 아무도 그만 듣자고 하지 않았다. 차를 마시며, 한담(閑談)을 나누며 그 노래들을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어쩌면 그 노래가 주는 향수처럼, 겨울 오후 아득한 봄날을 회상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점심때 마신 반주(飯酒)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노래와 함께 모두들 같은 분위기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밖에 눈이 오네요.”

그랬다. 그 노래를 듣는 사이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탄식하듯 말했다.

“아, 봄날이 가는구나.”

겨울이었지만,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봄날은 계절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들은 그 공간에서 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날은 짧다. 그리고 찬란하다. 화려하게 비상하는 새의 깃털 속을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그래서 너무나 아쉽고 아득하다.

고즈넉한 겨울의 오후, 따뜻한 차와 함께 언 몸을 녹이며 한담을 나누던 그 시간들이 봄날이었으리라.

그러던 사이, 창 밖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서야, 우리들은 이 아득한 봄날이 지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탄식한 것이다.

사람들은 봄날이 온다고 하지 않고 간다고 한다. 화려하고 찬란한 꽃의 순간을 오래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지금, 대부분의 꽃들이 졌다. 몇 잎 남지 않은 매발톱꽃과 금낭화, 철쭉꽃이 이제는 안쓰럽게 보여 진다. 떨어진 목련꽃을 보았을 때의 안타까움처럼 말이다.

늦게 피던 이팝나무도 올해는 일찍 지고 있다. 그러나, 꽃이 진다고 모두가 지나갔을까. 봄날은 간다고 하지만 가버린 것만이 아니다.

꽃 지면 새잎 돋고 열매 맺는다. 연두색 잎은 꽃 진 뒤 산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색이다.

빨간 앵두는 봄꽃보다 더 붉다. 매실은 절정의 순간까지 익어 단맛을 만든다. 그렇다면 봄날 뒤에도 화려하고 찬란한 순간은 언제나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또 봄날이라고 부른다. 자세히 보면 지난 해 겨울 찻집 때처럼, 봄날은 겨울에도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이다. 청춘을 훌쩍 넘긴 중년에도 봄날은 찾아온다. 매 순간, 봄날은 있다. 그걸 알아차리는 것이 우리의 몫이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럼으로써 삶은 더욱 충만해진다.

지금, 세월호 참사로 모두들 우울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혼(孤魂)이 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울 따름이다.

저 깊은 심연의 물 속 처럼, 언제나 끝날지 모를 긴 겨울의 터널을 너나없이 지나고 있음이다. 그러나, 겨울 뒤에 봄이 오듯, 겨울 속에도 봄날은 함께 하듯 끝없는 슬픔이 다가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들 봄날의 순간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경외와 기쁨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봄날이 가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탄식하게 된다. 비로소 삶에 여유가 깃든다.

지난 해 겨울, 결국 마음을 이기지 못해 ‘봄날이 간다’가 녹음된 CD를 몇 장 구입했다. 그리고 함께 했던 지인들에게도 나눠주었다. 음반을 집어 들었다.

그때보다 지금 듣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겨울 찻집 보다 더 깊게 탄식할듯하다.

아, 정말 봄날은 가고 있는 건가.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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