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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춘정(聞慶 春情) - 윤필암

2014년 04월 0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지금 봄꽃이 한창이다. 이미 벚꽃이 만개하였다. 산과 들에도 지천으로 피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분명, 꽃 스스로는 의도하지 않고 꾸미지도 않았을 텐데 보는 사람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애쓰지 않고 수고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움을 틔어 피었을 뿐이라고 봄꽃은 보란 듯이 뽐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꽃을 찾는다. 그렇지만 봄날은 간다. 그리고 꽃들도 진다.

봄날이 가기 전 뽐내지 않고 꾸미지 않는 꽃을 보기 위해 언제나 찾는 곳이 있다. 윤필암이다. 윤필암은 꽃이다. 그리고 기도이다.

얼핏 꽃과 기도가 다른 듯하지만, 꽃을 기다리는 마음과 꽃을 보는 마음은 기도와 같다. 그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윤필암을 찾는 것이다. 가는 길에 산북큰마을의 석문(石門)을 지난다.

이곳은 석문구곡의 아홉 구비 째, 즉 구곡(九曲)이다. 석문구곡은 산양큰마을의 농청대와 주암을 흐르는 금천을 지나 아천을 거쳐 이곳 석문에 이른다.

석문은 천년 고찰 김용사와 대승사 가는 길가에 위치해 있다. 예로부터 좁은 길과 내(川)를 사이에 두고 큰 검은 바위가 마치 문처럼 양쪽에 서있어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그 구곡에 이르는 문의 안쪽은 속세이고 사찰로 들어서는 바깥은 속세를 벗어난 세계이다.

봄이면 어김없이 문 바깥 쪽 석문 바위에 붉은 진달래꽃이 핀다. 꽃은 검은 바위와 그 아래를 흐르는 푸른 물과 대비되어 유난히 붉다. 그러다 꽃 잎 떨어지면 속세로 흘러간다.

석문 밖 사찰, 대승사 윤필암에 이르는 길을 따라가면 왼쪽 산자락에 핀 산벚꽃들의 군락이 심상찮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온 산에 가득한 꽃들을 보고 도솔천에 온 듯 얼굴이 붉어진다. 황홀한 잡화엄식(雜花嚴飾)이다. 그렇다. 저 멀리 화엄의 진경이 펼쳐지는 윤필암, 불국토에 이르는 길목이고 도솔천이 지금 여기이다. 그래서 연신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석문에 핀 진달래꽃을 보며 옷깃을 여몄다면, 사불산 초입의 붉은 소나무들을 보았으면 마음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대승사 갈림길의 일주송(一株松)에서 이미 부처세계에 들어왔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윤필암이 꽃이라면, 꽃들은 암자를 지키고 가꾸는 나한(羅漢)들이다. 나한의 이름은 입구를 당당히 지키는 아름다운 금낭화와 매발톱꽃들이다.

그들은 암자를 찾는 방문객들의 악하고 거짓된 마음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별목련꽃의 가련한 자태도 나한에 다름 아니다.

관음전 앞 담장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사불전 계단을 오르며 바위에 핀 가지가지 꽃들도 나한이 들고 있는 앙증맞은 방망이다.

계단을 올라 사불전에 올라 사불바위를 보고 합장을 한다. 사불전 뒤뜰은 아직 허전하다.

이곳만은 봄꽃 보다 가을 단풍이 제격이다. 만산홍엽이 되면 뒤뜰은 봄꽃 못지않은 정경이다. 봄은 따뜻한 볕에서 맞이해야 한다. 볕을 쬐여야 등도 따뜻하듯 말이다.

다실과 조사전 앞 뜨락의 봄꽃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곳은 다양한 꽃들로 가득한 곳이다.

스님을 만났다.

“스님, 봄꽃이 참 예뻐요.”

“그래요.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스님은 사람들이 가끔, 윤필암 야생화가 이쁘다는 소문을 듣고 호미를 들고 찾아와서 꽃을 캐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인다.

윤필암에는 정말 꽃들이 봄, 여름, 가을 없이 피어있다.

꽃의 종류가 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 어디 불국토에 꽃 없는 날이 있고 그런 꽃들이 어찌 이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곳에 오시거든 호미는 선반 위에 얹어두고 오시라. 꽃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오시라. 그리고, 여기에 와서는 눈과 마음에만 꽃들을 담아 가시라.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디카와 스마트폰에 맘껏 담아 가시라.

하여, 집에 가거든 언제 어느 때나 이곳 윤필암에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라. 그런 마음이라야, 윤필암이라고 부를 때면 입에서 꽃향기가 날 것이다.

윤팔암은 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쁜 꽃이 탐나시거든,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이쁜 꽃들 집에다 심으면 잘 살 수 있을까요. 그게 걱정이에요.”

봄꽃 하나가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나한의 앙증맞은 방망이가 하나 더 늘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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