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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燒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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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07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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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아, 재가 잘 날아가요~”
설날 제사를 지낸 뒤, 마당에서 소지(燒紙)를 하였다.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잦아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손을 떠난 재가 가볍게 하늘로 올라갔다.
마치 자신의 의지로 공기에 몸을 맡기듯 편안하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서로의 마음이 같은 듯, 옆에서 타고 남은 재를 애써 하늘로 올리는 시늉을 하던 아이들도 좋다고들 했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도 제사를 마친 뒤 소지하는 의식에 함께 참여를 한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는 내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겹쳐져 있다.
명절 때면 큰 집에 가곤 했다. 큰아버지는 제사(祭祠)를 지낼 때는 언제나 머리에 탕건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는 등 반드시 의관을 갖추었다. 그리고 제를 마치고는 아무 말 없이 위패에 붙은 지방(紙榜)을 떼어 혼자 밖으로 나가셨다.
어린 마음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큰 아버지를 따라 나갔다. 큰아버지는 마당 한적한 곳에 가서 떼어낸 지방을 태우셨다. 그리고, 타고 남은 재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도록 두 손을 훠이훠이 젓는 시늉을 하곤 하셨다. 나도 함께 흉내를 냈다.
“종이가 남김없이 타버려야 재가 하늘 높이 잘 날아 오른단다.”
큰아버지의 그 말씀은 그렇게 훨훨 잘 날아가야 조상님들의 영혼도 하늘나라로 편안히 돌아가실 거라는 뜻으로 들렸다.
설날 제사를 지내면서, 제사상을 물리기 전에 가족들이 둘러 앉아 대화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록 전통 제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사가 망자를 위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라고 할 때, 그냥 아버지를 돌려보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전 날부터 수고하고 준비한 사람들의 정성도 만만치 않았는데, 십 여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제례는 너무나 짧다. 그래서 아버지가 옆에 계시듯 상을 물리기 전 잠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전해드리고 싶었고, 우리들 또한 아버지와의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고 고 했다. 그런 시간들이, 어쩌면 명절에 제를 올리는 취지에 맞을 듯하고 더 없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겨울의 햇볕이 큰 창문을 통해 거실 가운데로 들어왔다. 그리고 볕을 받은 등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설날의 제사를 마무리했었다. 이제 아버지를 돌려드려야 하는 마지막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소지이다.
소지는 돌아가신 이의 신위(神位)를 정결하게 소멸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지는 새해 소망을 종이에 적어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겨 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소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안한 안식을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이 담아 있다. 더불어 사람들은 소지할 때 종이가 다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야 재수가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종이를 태운 재를 하늘 높이 올리려고 애써 손을 흔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런 위안이 살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저기 봐요.”
하늘 높이 올라가던 재 한 덩어리가 힘에 부쳐 이윽고 내려오는 듯하더니, 순간 공중으로 흩어져 멀리 퍼져나갔다.
예년과는 다른 광경이었다. 문득, 우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 당신의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과 우리들이 추억하는 당신의 이야기들을 들으셨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따뜻한 햇볕으로 우리들의 등을 하나같이 보듬어 주시고, 저렇게 하늘 높이 올라 순간 흩어지는 재의 모습으로 당신의 마음을 화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눈치 채지 않게 기도를 했다. 새해 건강과 행운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기를 말이다. 따뜻한 볕이 다시 내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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