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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소중한 사람

2012년 09월 18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올 해도 벌써 중반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달리고 있습니다.

살아온 길 뒤돌아보면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들어 내놓고 자랑할 만한 업적하나 없었는데, 初老의 길이 외롭고 답답하여 회한의 한 숨이 빙그르르 맴을 돕니다.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멋지고 삐까번쩍한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 들어서 생각해 보니 온통 시행착오로 인한 상처만 보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자니 숨이 가쁘고 어지러워서 자꾸만 외면하려는 마음이 자리를 잡습니다.

세상일이란 것이 내 맘대로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마는, 내 뜻대로 안되는 것 또한 세상일이고 보면,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의 방편일 것 같습니다.

요새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배운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말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는 아침 신문을 보면서 가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저녁이면 집사람이랑 모전공원에 운동을 나갑니다. 며칠 전에는 운동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옆 벤치에서 아주머니들 몇 분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이야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은근히 호기심이 생겨 땀을 훔치며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집사람과 저는 씩 웃었습니다.

“요새는 정신이 자주 깜빡거려서 죽겠어, 올 아침에도 어제 시키는 걸 잊어버렸다가, 아바이한테 한 소리 들었어, 요새 와서 내가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어.”

“아이고 다 거래여 다, 명석이 엄마만 그런기 아니라. 나는 세금 내는 날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과태룐가 뭔가가 붙어 나오는 바람에 쫓겨날뻔했구만. 하하하.”

이구동성으로 다 그렇다는 말을 하면서 또 웃음보가 터집디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씩 웃었습니다. 같이 듣고 있던 집사람이 나를 쿡 쥐어박았습니다. 아줌마들 말(言)처럼 정말 왜 그런지 요새는 걸핏하면 잊어버리기 일쑤고, 하루하루 둔탁해져 가는 몸과 마음이 원망스럽습니다.

한 번은 서울에 약속이 있어 가면서 휴대폰을 나두고 가는 바람에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수첩에 전화번호를 기록해 가지고 다니는데 지금이야 휴대폰에 저장을 해놓았으니 속수무책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긴 휴대폰 단축 다이얼 누르는 습관 때문에 가족들 전화번호도 모르고 지냅니다. 내 행동을 보다 못한 집사람이 내가 외출할 때면 휴대폰 챙겼느냐?, 지갑 챙겼느냐? 옆에서 잔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요새는 잔소리도 귀찮은지 아예 소지품을 신고 갈 신발 속에 넣어 놓습니다.

한 번은 집사람 친구 분이 집사람 전화번호를 묻는데 얼른 기억이 나질 않아서 민망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내가 같이 사는 사람이 맞는지 자책도 했습니다.

가는 세월을 어찌 잡을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살아있기에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게 우리들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삶을 가지런히 하는 사람이 내 이웃이 어떻게 사는지 한번쯤 둘러보며,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려는 사람일 겁니다. 성실(誠實)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나이도, 황혼기도 없습니다. 매사 성실히 임하되 즐길 줄도 아는 사람, 자기 일에 몰두하되 옆과 뒤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그가 곧 이 시대 최고의 멋쟁이이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아니겠는지요?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오는 것이고 자연스레 늙어가는 것이니 탓할 것이 없는 조금 불편할 따름입니다. 인물이 좋고 옷도 잘 입고 폼 나게 사는 사람 많이 멋진 사람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고, 딱한 사람을 보면 함께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 정작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해지면서 머리 좋은 사람만 필요한 것 같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흔히들 세상이 갈수록 인정이 메마르고 냉정해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들 가슴 속에는 싸늘해진 인심을 누군가가 온기도는 가슴으로 다가서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21세기 디지털화 된 시대에 살고 있어도 우리는 인조인간이 아니라 조상대대로 뜨거운 피를 이어받은 인간이기에 멋지고 소중한 사람으로 남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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