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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하나

2012년 08월 31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연일 쏟아내는 폭염이 우리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좋아지고 삶의 빛깔은 더 광(光)이 나고 다양해지면서 이런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드리며 삽니다.

그럼 이 좋은 세상이 금방 만들어졌을까요? 요새도 허리띠 졸라매고 펌프 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아마도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할까요?

나이가 든 사람들조차도 과거를 잊어버리고 현제에 안주하고 옛날을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이맘때면 시골에서는 마당가에서 피어오르는 메케한 모기 불 냄새를 맡으며 달빛을 전등 삼아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어린 것이 모기에 물릴세라 연신 살 부채를 흔드시든 할머니의 옛 이야기는 이 나이가 되어도 그립기만 합니다.

멍석에 누운 체로 하늘의 별을 헤이며 재잘거리든 형제들은 어느새 잠이 들면 한 여름 밤도 깊어만 갑니다. 지금이야 전기라는 것이 밤을 잊게 하지만 그 시절 조명 기구라고는 호롱불이 고작이었고 어쩌다 촛불이라도 켤 때면 지금의 전깃불처럼 대낮같이 밝았습니다.

밤이면 호롱불에 기름도 아까워 심지를 아주 낮추어서 겨우 가물거리는 등잔 아래서 책도 보고 옷도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촛불도 귀해 졌습니다.

혹여 제사를 모시는 날이나 생일날 케이크에 꽂아놓은 작은 촛불 정도를 구경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겨울이면 눈 내린 밤이면 너무도 밝아서 밝은 눈(雪)빛으로 책을 읽었고, 여름이면 반딧불 이를 잡아서 병속에 모아 놓은 환한 빛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형설지공(螢雪之功)이 아니겠습니까? 스위치 한번 딸깍하면 광명천지가 되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마는, 때로는 아득한 옛적부터 그렇게 살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밝은 불빛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게 된 덕분에 깊은 어둠은 잊고 살고 있습니다.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별을 볼 수가 없고 칠흑 같은 어둠은 더더욱 볼 수 없습니다. 시골에서나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의 불씨 하나! 작은 불씨 하나 들어보면 빛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깊은 어둠은 깊은 절망이나 슬픔도 이해하게 합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부엌에서 불씨는 생명과도 같았습니다. 저녁을 해먹은 뒤 아궁이 속에 남아있는 불씨를 내일 아침까지 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해서 이튿날 아침에 다시 불 쌀개를 대고 후후 불어서 불을 살려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황(성냥)도 아까워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였습니다마는 지금이야 1회용 가스라이터가 있어서 불씨를 늘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며칠 전에는 지인들과 피서를 겸해서 천렵(川獵)을 갔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서 즉석에서 배를 따고 가지고 간 음식 재료들을 솥에 넣고 조금 큰 돌을 주워서 양은솥을 걸어놓고 냇가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친구 중에는 물고기를 잘 잡는 사람이 있어서 1시간여 만에 제법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저야 고기를 잡아주면 받아서 양동이에 담는 역할만 했지요. 족대를 대는 사람 큰 돌을 흔들어서 고기를 족대 안으로 모는 사람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이루어 졌답니다. 그 중에 담방 구지를 잘하는 친구는 물안경을 쓰고 깊은 물에 들어가서 작살로 제법 씨알이 굵은 고기도 잡았답니다.

모두가 옛날에 놀던 가락들은 있어서 우쭐한 기분에 반두질도 하고 담방 구지도 하였는데 얼마 못가서 “아이고 디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였습니다.

그런데 솥을 걸어 놓고 불을 지펴야 되는데 불씨가 없었습니다. 5명이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라이터가 없으니 우째야 갰어요? 하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불씨를 빌려서 불을 지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하시든 말씀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박혀 있습니다.

집에는 3가지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물, 불. 양식입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에게는 이 세 가지는 꼭 있어야할 것들이고 떨어져서는 안 될 귀중한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이렇듯 사람도 작은 불씨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작은 불씨는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고단 한 삶의 길옆에서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되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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