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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2012년 08월 23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우리들은 하루에도 많은 말들을 주고받으며 삽니다. 농담에서부터 꼭 필요한 말까지, 하고 버리는 말 중에는 모두가 삶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모이다 보면 그 시대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모멘트가 되고 그런 시시한 것 같았던 이야기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가 됩니다.

개인이 기록하는 일기들은 개인의 자서전이면서 그 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그 일기 속에는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시대의 생활상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해묵은 한지에 싸인 두루마리를 펼쳤더니 어머니와 이모님께서 쓰신 “추풍 감별곡” 이란 노랫말이었습니다. 생전에 어머님은 창(唱)을 잘 하셔서 모 방송국에서 상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학교 공부라고는 소학교가 전부였던 어머니께서, 우리들 세상사는 이야기를 창(唱)으로 엮어내시는 남다른 재주를 가지셨던 분이셨습니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이 살아오신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고들 하니 시사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 삶이든 한 시대를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이니, 우리들 삶의 모든 것이 녹아있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잡아내어 잘 기록해 둔다면 후세에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직에서 물러나면 무료해지기 쉬우니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준비 없이 퇴임을 한 분들의 일상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퇴임을 하기 전에 계획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왕에 할일을 만들 바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면서 노년기를 아름답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저녁 황혼처럼 지금은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 긴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힘들게 보내는 것은, 심신을 급속히 늙어가게 만들뿐이므로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그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요, 가족을 위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매여 있던 것들에서 벗어나, 이제 드디어 내 맘껏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시들했던 생기가 되살아나지 않겠습니까?

80이 넘은 연치에도 돋보기를 쓰시고 두루마리 종이를 곱게 펼쳐놓으시고 글을 쓰시든 어머님과 이모님처럼, 인생에서 배울 것은 얼마든지 많으며 그 만큼 할일도 많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평소에 누군가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은 나와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나눔과 봉사에 적극 참여한다면 개인적으로도 외로움이나 소외감에 빠지지 않을 테이니까요. 나눔이라고 하는 것은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못하는 일도 아닙니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생활보호 대상이면서도 푼푼이 모은 적지 않은 돈을 선뜻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 이야기며, 지체장애자이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용기 있는 분들의 공통점은 자존의 의지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전에 먼저 나를 사랑할 줄 알고 나를 인정하는데서 남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봉사의 정신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많이 확산 된다면 각박한 시대에 측은지심을 가진 도인들이 많아질 것이리라 생각도 해봅니다. 국가적으로는 늘어나는 노령 인구에도 부담이 덜 되는 한 방편일 것임에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봉사와 나눔도 일정부분은 도움을 받겠지만 이러한 행위는 가정과 사회에 짐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된다는 것이 무료한 노년기를 더욱 신명나게 해줄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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