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04-17 오후 06:02:50

                   독자칼럼자유기고게시판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독자투고

직거래장터

자유게시판

결혼

부음

뉴스 > 독자칼럼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밭농사의 하루

2013년 07월 19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새벽 05시에 맞추어놓은 알람이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우리 내외가 밭에 가는 날은 어김없이 05시에 일어납니다. 얼굴에 물 좀 찍어 바르고 먹을 것 챙기느라 꿈적거리다 보면 벌써 날이 환하게 샙니다.

저는 밭에 도착을 하면 제일먼저 밭 전체를 한 바퀴 돌며 악수(인사)를 합니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너도 예쁘고 너도 예쁘고 말을 건네며 곡식을 어루만져주면, 곡식들도 살랑바람에 고개를 숙이며 답례를 합니다.

6년 전, 퇴임을 1년 앞두고 장만한 밭 500평 농사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농사짓던 경험이 있어서 퇴임 후에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농사를 짓기로 결정 하였던 것이, 호미를 들고 나서야 무리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열에 열사람 모두가 잘했다는 사람은 없고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타박하는 소리밖에 없으니 한 동안은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내가 미쳤지 미쳤어!!’ 속으로 스스로를 원망하며 몇 년 씨름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생각이 차츰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시작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하기 좋은 말로 할 일이 없으면 한다는 소리가 “농사나 지을까?” 이 말은 농부들께는 대단히 결례가 되는 말입니다. 저 역시 농사를 몰랐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힘만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새벽에 밭고랑에 앉아 밭을 매다보면 깔따구란 놈이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가해 옵니다. 잘 못 방어해서 한 방 맞으면 참 따갑습니다.

처음에는 쏘인 곳 마다 부러 나서 짜증도 났습니다. 우리 내외가 먹고 살려고 이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자식들 무농약 먹을거리를 먹인다는 생각을 하면 힘든 것도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놀았는 표시는 안 나도 일한 표시는 난다고’ 밭 한 골 매고 일어서서 뒤돌아 깨끗하게 정리된 밭고랑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집사람도 빙긋이 웃으며 건네주는 물 한잔은 물이 아니라 약입니다.

마시고 난 뒤에 오는 청량감이야 말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연이 키워내는 작물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고작 씨앗 심고, 풀 뽑고, 관리하는 게 전부인데, 작물은 알아서 열매를 맺고 태양은 잘 여물도록 뜨거운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 붓습니다. 힘 안 들이고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한불성(無汗不成)이라! 땀을 흘리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일이 아니겠습니까? 작물을 키워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곡식들도 저들한테 잘 해주고 못해 주는 것을 기가 막히게 잘 압니다.

고추란 놈은 제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주렁주렁 달고 있다가 힘이 부치니까 주인에게 얼른 알리려고 옆으로 비딱하게 포즈를 취해서 경고를 보냅니다. 고추를 돌보고 고구마 밭으로 가보면 이놈은 떨어질 염려도 없는 땅위를 지 맘대로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며 기어 다닙니다.

그냥 두면 다른 집에 가서 시비를 걸고 싸움이 일어납니다. 제 옆에 있는 콩 이나 팥에 가서 멱살잡이를 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기어 다니는 줄기를 뒤집어 놓는 벌을 주지만 얼마 안 가서 또 못 된 버릇이 나옵니다.

콩이나 팥에 북고를 준 것과 안 준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북고를 받은 놈은 쓰러지지 않고 잘 자랍니다. “서울이 무섭다고 과천서부터 긴다.”고 했나요? 곡식 중에 녹두하고 6월 콩이란 놈이 딱 그 짝입니다. 6월 콩이나 녹두는 열매를 달기가 무섭게 누울 곳부터 찾습니다. 그래서 넘어지기 전에 줄부터 매줍니다. 그래야 주인 먹을 게 있습니다.

농사 중에 고급 농사가 참깨 농사입니다. 참깨를 가리켜 ‘천깨’라고도 하는데 깨 농사는 하늘이 먹으라고 해야 먹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날씨와 민감하게 얽혀 있는 작물입니다. 수확할 시기에 태풍이라도 오는 날에는 그 해 참깨 농사는 거 것으로 끝입니다. 그래서 ‘천깨’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식 농사도 정성이고, 곡식 농사도 정성이 절반입니다. 그래야만 풍년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이전 페이지로

전체 : 0

이름

조회

작성일

전체의견보기(0)

 

이름 :  

제목 :  

내용 :  

 

 

비밀번호 :  

 

!!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등 법률 및 신문사 약관에 위반되는 글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인 책임은 게시자에게 있으며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실시간 많이본 뉴스

 

더 새롭게 아름답게 찾아온 ‘2

문경시 점촌점빵길 빵 축제 특별

문경시 베트남 까마우성 계절근로

문경시장애인주간이용시설 장애인

점촌 원도심에서 제2회 점촌점빵

영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정기회

문경시보건소 찾아가는 감염병 예

문경교육지원청 중등 신규 및 저

문경시보건소 심뇌혈관질환 예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문경사무소

창간사 - 연혁 - 조직도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구독신청 - 원격

 상호: 주간문경 / 사업자등록번호: 511-81-13552 /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점촌2길 38(점촌동) / 대표이사: 남정현 / 발행인 : 남정현/ 편집인: 남정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남정현
제호: 인터넷주간문경 / 등록번호: 경북 아00151 / 종별: 인터넷신문 / 등록일 2010.10.28 / mail: imgnews@naver.com / Tel: 054-556-7700 / Fax : 054-556-9500
Copyright ⓒ (주)문경사랑.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