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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취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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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08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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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 (주)문경사랑 | | 뻐꾹새가 울면서 동네를 가로질러 날아갑니다. 농사철이 되었다는 신호요. 산나물이 알맞게 자랐다는 알림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산나물을 뜯으러 간 기억이 새롭기만 합니다.
지금이야 맛으로 먹지만 옛날에는 맛 보다는, 먹을 게 없고 배가 고파서 먹었습니다. 동네 장정들은 논에 넣을 퇴비를 장만하기위해 산으로 가고 아낙네들은 먹을 것을 찾아서 산으로 갔던 기막힌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혼자 산에 가시기가 무서웠던지 저를 데리고 함께 산나물을 하러 갔습니다. 봄비가 온 뒤라서 산에 들어서니 푸름이 장관이고 산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마을 뒷산에는 묘가 참 많았는데 묘 근방에는 고사리가 많이 났습니다. 한 참 고사리를 꺾다가 돌아보니 어머니께서 보이지를 안았습니다.
엄마하고 소리치니 ‘나, 여기 있다 이리로 오너라.’ 숲 속에서 어머니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른 가보니 망개덤불 속에서 자란 취나물을 뜯느라 어머니 팔뚝에는 가시에 긁혀서 피가 나고 어머니 머리에 쓴 수건은 가시나무에 걸려있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삶이 꿈만 같고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생각할수록 눈물이 납니다. 그 때는 풀이라도 뜯어서 자식들 먹이기 위해 어른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몰랐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보리가 한창 익어가는 좋은 시절이지만 없는 집에서는 양식이 다 떨어져 먹고 사는 것이 발등의 불이었습니다. 있는 집에 장래 쌀을 얻어서 먹기도 하고, 들과 산에 있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을 뜯어 나물죽을 끓여서 겨우 연명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곡기가 없는 나물죽을 계속 먹게 되면 부황(浮黃)이라는 병이 생겨 죽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굶어도 쑥 뿌리를 캐 먹으면 부황으로 죽는 일은 없었다는 말을 어른들께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작은 도장 골이라는 계곡으로 나물을 뜯으러 갔습니다.
마침 산에는 퇴비를 하기위해 동네 아저씨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쪽에서는 어른들 몇 분이 계곡 도랑에서 가제를 잡아 불에다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엄마하고 나물 뜯으러 왔구나? 가제 한 마리 먹으라.”
안 그래도 고소한 가제 굽는 냄새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는데 얼른 받아서 먹어보니 참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에 우리끼리도 가제를 잡아서 구워 먹기도 하였는데, 얻어먹는 것이라 그런지 어른들이 구운 가제가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그 때는 나물을 어느 집 할 것 없이 해먹던 시절이라 나물을 못 뜯고 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 춘궁기 때는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우리 속담에 “도둑질 나두고는 다 해먹으라.”는 말이 있는데, 그 시절에는 이런 말도 사치스러운 말이기도 했습니다.
처자식이 굶고 있는데 가장으로써 눈에 보이는 게 있겠습니까? 밤이슬을 맞다가 맞아 죽을 값이라도 우선 굶고 있는 식구들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밤이슬 맞는 게 대수겠습니까?
거리에 나가면 얻어먹으러 다니는 가족 얻어박시(거지)들이 많았는데, 제 기억에 지금도 생생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하루는 가난한 우리 집에 부자지간의 거지가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쯤 되 보였습니다.
마침 점심에 국수를 해먹었는데 할머니께서 국수물 한 그릇과 보리밥 한 덩이를 내 주셨는데 멍석에 앉아서 음식을 먹던 父子가 서로 먹으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배가 고파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는 법인데 얼마나 굶었으면 저런가! 할머니께서는 부황 직전이라 환장을 한 것이라며 혀를 차셨습니다.
저녁에 가족들이 둘러 앉아 달빛을 전등 삼아 낮에 뜯은 산나물(취나물, 원추리, 쑥, 개미추 등)국에 보리 가루를 풀어서 쑨 나물죽을 한 그릇씩 먹고서 많은 식구들은 그냥 멍석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추억 이야기를 다음호에 조금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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