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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공존

2013년 06월 08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어떻게 하지요. 좋은 사람들인데 우리가 도와줄 게 없을까요.”

휴대폰 화면에는 안해가 보낸 글자들이 빠르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글자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해가 전하는 이야기들을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안해는 필리핀에서 이주해온 제니라는 여자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시골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농사를 짓는 남편, 그리고 70대 후반의 시부모와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작스런 일이 생겼다. 도시에 나갔던 남편의 형이 귀향을 한 것이다. 그래서 대신 짓고 있던 다른 형제들의 밭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남편 소유의 밭만으로는 가족들의 생계를 이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저런 고민 끝에 결국, 남편의 밭을 팔아 고향을 떠나기로 했는데,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너무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과 방식을 바꾸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더구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남의 사정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안해의 마음이 어떤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게 무엇이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의 구체적인 사정도 모르고,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 경제적인 것에 한정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일요일 오후, 안해가 제니의 집에 한 번 가보자고 했다. 밭을 팔았는지 어쨌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평소, 가끔 찾는 절이 그 근처에 있었다. 절에 가는 길에 들려본다는 마음으로 차를 탔다. 그들이 있는 곳은 시내에서 삼십분이 걸리는 시골이었다.

집 마당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제니가 나왔다. 밝은 얼굴의 건강한, 하지만 조금의 그늘이 깃든 모습이었다. 안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제니가 얼음이 담긴 오미자를 내놓았다.

“어제 이 사람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울면서 밭을 팔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랬다. 그는 아직 이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밭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었다. 작지만 질긴 생명줄 같은 것이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취업을 하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농사를 짓는 건 괜찮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런 남편을 보고 제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는 시내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하지만, 남편은 지금처럼 그냥 농사를 지었으면 해요. 그래서 저도 팔지 않았으면 해요.”

남자는 말없이 오미자를 마시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제니는 남편을 이해하고 그의 뜻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삶을 이겨내려는 긍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작은 밭이더라도 농사를 짓고, 대신 일손이 남는 제니는 직장을 구하면 어떻겠어요. 이곳에서 살든, 시내에서 집을 얻던.... 굳이 밭을 팔지 않더라도 대출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남자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 그가 가려던 길을 다시 살펴보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함께하려는 서로의 마음과 건강하고 밝은 아이들이 옆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집을 나오려는데 제니가 따라 나왔다. 가까운 절에 가려는 우리들과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같이 가끔 다닌다고 했다. 표정이 한결 밝아진 듯했다.

어쩌면 그들이 힘에 겨웠던 건,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때문인지 모른다.

제니는 필리핀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 생각에 많이 울었다고 했다. 뒷좌석에서 안해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며, 산북면 출신인 권갑하 시인의 ‘아름다운 공존’이라는 시(詩)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아름다운 무지개”

그래, 우리들은 아름다운 무지개 속의 각기 다른 색깔들인 셈이다. 너와 나 모두가 그러하다. 다르기 때문에 무지개는 아름다울 수 있다. 시인은 또 노래했다.

“‘같다’고 생각하면 강물처럼 흐르는 정”

지금, 그녀의 아픔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그녀의 미소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이유이다.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 강물처럼 흐르는 정이 하나로 이어진다. 제니의 웃음이 또 이어졌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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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RGxTWrAYrfxbkWSA

Andre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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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15:11

SlxbbUWykFExKenH

Govartha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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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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