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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자리 이야기

2013년 05월 10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앞산 뒷산에 참꽃이 피고 뻐꾹새가 울면 동네 아낙네들은 농사일이 시작되는 바쁜 틈을 내어 화전놀이를 하였습니다. 찹쌀 노치나 밀전에 참꽃 잎을 얹어 구어 낸 화전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참 예쁩니다.

이때쯤이면 개구쟁이들도 엄마들 심부름에 바쁘지만 신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맛있는 화전을 먹을 수 있거든요.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집집을 돌며 모둠 쌀이나 밀가루 등을 받아가지고 옵니다.

시골에서는 모둠 쌀을 모아서 밥도 해먹고, 떡도 해먹든 우리 고유의 생활이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체의 우의를 더욱 다지고 자급자족의 협동심과 내가 아닌 우리라는 아름다운 미풍양속(美風良俗)으로 지금도 시골에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을 정서와 사회 분위기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고 예의범절이 몸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혹여 엇나간 행동을 하다가도 어른들이 보이면 얼른 숨었고, 감히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는 나쁜 짓을 못했고 공손하고 순종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릴 것 없이 생각해 보면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시골은 한창 바쁜 시절입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못자리를 할 때입니다. 모판을 만들자면 공이 참 많이 들어갑니다.

모판은 볍씨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산실처럼 중요한 곳이기에 모판에 사용할 흙부터 곱게 쳐서 모판에 뿌려두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물을 자글자글하게 해놓고 며칠을 지나면 볍씨가 모판에 뿌리를 내리면 못자리 논에다 물을 가득 잡아둡니다.

모가 제법 자라면 논에 내기 전에 피도 고르고 잡초도 속아내지요. 그런데 못자리 논에는 반갑지 않은 기생충들이 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쫙 돋는 거머리 때문에 참 헌혈(?)도 많이 했습니다. 몇 마리씩 종아리에 달라붙어서 피를 빨면 온 다리에 피가 줄줄 흘렀습니다. 지금은 논에서 거머리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친환경 논은 있을 런지 모르겠으나, 농약 때문에 벼에 이로운 곤충도 해로운 곤충도 모두 다 박멸되고 말았으니, 이러한 현상이 자연 생태계에는 어떻게 작용하고 인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봅니다. 한 동안 논에 들어갈 때 여자들 스타킹을 신고 들어갔습니다. 거머리 때문인데, 사람도 지속적으로 못된 짓거리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거머리 같다고 하지요.

스타킹 때문에 거머리로 부터는 해방이 되었지만 못자리 논에 엎드려 피사리를 하다보면 고단하기가 말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일 년 먹고 살 농사의 시작인데 고단한 것이 대수겠습니까? 지금은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물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일은 없지만 옛날에는 천봉답도 많았고, 물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 때는 팻물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은 농사꾼들이 스스로 만든 규약입니다.

물이 모자라니 자연히 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마을 주민들끼리의 분쟁을 막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팻물이란 규칙입니다.

수리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가뭄이라도 들면 물이 부족한 것을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차례대로 논에다 물을 들이는 제도입니다. 우리 속담에 세상에서 제일보기 좋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고, 두 번째가 내 논에 물들어 가는 것입니다.

농사가 오죽하면 이런 속담까지 생겼을까요? 농사는 그 만큼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이야 쌀이 아니라도 먹을 것이 차고 넘치다 보니 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귀한 줄도 모르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쌀미(米)자를 보면 88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쌀이 우리 밥상에 오기까지 농부들의 손길이 88번이 가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農者天下之大本은 이제 풍물 깃발에서나 존재하고, 세상에서 農者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은데 과연 이래도 되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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