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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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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29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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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 #1.
우진이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검찰청에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섰다. 선생님은 어머니도 함께 가야 한다고 하였지만, 어머니는 직장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였다.
우진이는 어젯밤 늦게 끝난 아르바이트로 몹시 피곤하였다. 그래서 버스에 앉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 겨울방학 때였다.
우진이가 아르바이트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피씨방 앞이었다. 누군가 아이들을 혼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영호라는 후배였다. 그의 주변엔 또래 애들도 있었다.
얼마 전, 우진이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영호에게 음식을 배달해 준 적이 있었다. 후배이면서도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자신을 퉁명스럽게 대하던 아이였다. 그런 그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영호에게 달려갔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뭔 상관이야!‘
영호는 대들 듯이 말하고는 다시 능글능글하게 웃었다. 그때, 우진이의 오른손이 자신도 모르게 영호의 뺨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의 일로, 우진이는 검찰청에서 개최하는 형사조정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담임선생님은 형사조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경미한 형사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조정을 통하여 합의하게 되면, 가해자에게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경감해주는 제도라고 했다.
하지만, 우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미안하고, 더구나 이렇게 혼자서 검찰청에 가야하는 사실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오래전 집을 나간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이럴 때 아버지가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다.
#2
우진이는 늦게서야 나타났다.
“잠을 자다가... 내릴 곳을 지나쳤어요... 미안합니다...”
긴장을 하며 머뭇해 하는 그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형사조정회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형사조정위원들과 피해자와 그 보호자에 대한 소개를 하고, 형사조정의 제도와 취지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먼저 피해자 측의 진술을 들어야 했다. 조정위원이 우진이에게 휴게실에서 대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때까지 보호자와 함께 있는 피해자와 달리, 혼자서 불안해하는 그가 왠지 마음이 쓰였다. 따라 나가 따뜻한 차(茶)를 주었다.
“부모님들은 왜 안 오시고 혼자 왔어...”
이마를 덮은 머리에 반쯤 가려진 눈망울이 초점 없이 달아나려는 듯했다.
우진이는 초등학교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하였다고 말했다. 그 사고로 한 쪽 눈의 시력이 사라질 처지이고 한 쪽 귀도 고막이 좋지 않다고 했다. 사고 후, 아버지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을 챙겨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혼자서 대학교를 다니는 형과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생활은 괜찮니.”
그의 눈이 반짝였다. “저, 랩을 잘해요. 래퍼에요. 공연도 했어요.”
언젠가부터 랩을 혼자 배워, 서울에서 후배들과 공연도 몇 차례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녹음한 자신의 랩을 들려주었다.
그에게 랩은 하나의 빛인 듯 했다. 어두운 삶의 터널에서 랩이야 말로 밝은 빛을 쏟아내는 출구인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이 아이에게 오늘의 이 일은 작은 일탈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조정위원들이 우진이를 불렀다. 피해자는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때, 우진이를 대신할 누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정위원들에게 우진이의 가정형편과 건강 그리고 그의 꿈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조정위원들은 피해자 측을 다시 불러 간곡한 설득을 하였다. 그리고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우진이에게 그런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고맙습니다. 지금 하는 알바 마치고, 새벽 1시30분까지 하는 알바 더 하면 되요.”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마음을 정했다. 조정은 성립되었다. 그를 격려하고 돌려보낸 뒤, 전화를 하였다.
“우진이 어머니, 피해 배상 금액의 반은.... 우진이 꿈 이루도록 잘 해주세요.”
창밖을 보았다. 문득, 반재이 도랑가에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벚나무들이 떠올랐다. 겨우내 굳은 가지에서 화사한 생명의 움이 꿈틀대고 있다. 봄은 이처럼 마술이다. 어쩌면 우리들 인생도 가끔은 마술 같은지 모른다. 그래야 춥지 않다. 이 봄처럼 말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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