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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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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2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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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 요즘 영화 ‘레미제라블’이 인기라고 한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의 제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인공 이름인 ‘장발장’으로 소개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잘못으로 무려 19년의 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시대가 다르다지만 지나친 면이 있는 듯하다. 문득, ‘레미제라블’을 떠올리며 절도라는 범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물건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렸을 때였다. 겨울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에 경찰관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이 어젯밤, 골방에 보관해 두었던 고추를 누가 훔쳐갔다는 것이다. 우리들만이 사는 공간에 누군가 들어와 무엇을 가지고 갔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두 번째는 대학교에 다니던 무렵이다. 어느 여름날, 40대 중반의 사내가 집에 들어와 화단에 있던 돌들을 구경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아주머니, 이 돌 제가 오천원 주고 기념으로 가져갈게요. 괜찮죠.”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무나 집어든 돌 하나에 별생각 없이 승낙을 하였는데, 그는 그 돌만 가지고 간 것이 아니었다. 평소 아버지가 감상하던 애석(愛石) 한 점을 슬쩍 들고 간 것이다. 수석을 탐석하는 사람이 남의 집 마당에서 수석을 훔쳐 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큰 도둑이 들어온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해가 지난 뒤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안방과 방의 옷장이 모두 열려있었다. 아버지가 퇴직 때 받은 행운의 열쇠와 반지들이 없어졌던 것이다. 그때의 허탈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지난 해 여름, 멀리 강릉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할머니, 팔 고물이 없나요. 이 옹기 깨진 건데 파세요.”
고물장수가 마당 감나무 밑에 두었던 오래된 옹기 항아리 두 개 값으로 몇 천원을 주겠다고 말했단다. 그리고는 뒤 안에 있던 다듬이돌을 몰래 가지고 갔다고 한다. 수석을 훔친 사람과 같은 방법이었다.
“내가 분명히 그건 안판다고 했는데, 안 보는 사이에 가지고 갔다. 어쩌면 좋냐.”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당신 탓을 하는 어머니를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옛 것을 좋아한다. 옛 물건에서 느끼는 향수와 감상의 즐거움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문화에 남달리 애정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더하여 도자기와 차(茶), 목공예 등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이다.
따지고 보면, 누구를 탓할 바가 아니다. 모두가 잘 살피고 미리 예상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아끼는 물건이 누군가의 탐욕의 대상이 되어 이렇듯 없어지게 된 것에 대한 상실감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적지 않다.
모든 범죄에는 보호법익이 있다. 그 범죄로 침해받는, 그래서 법적으로 보호해야할 법적 이익이다. 절도의 보호법익은 그 물건을 소유 또는 점유하는 사람의 소유권 등이다. 그 소유권은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물건을 소유하면서 가지는 모든 것들, 소유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포함되어 있다. 아버지가 퇴직 때 받은 행운의 열쇠에는 삼십여년 교직 생활의 애환이 상징처럼 녹아있는 과거라면, 그것에서 우리는 아버지를 회상하며 현재를 위로받을 수 있다. 또한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선조를 흠숭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옹기와 다듬이돌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의 가치를 옛 문화의 향수로 격을 달리하면 완상(玩賞)하는 큰 즐거움을 도둑맞은 것이 된다.
‘장발장’은 자신을 돌봐준 신부 몰래 성당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관에게 붙잡힌다. 그러나 신부는 이를 확인하러 온 경찰관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말해준다. 하느님의 은총을 대신 베푼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은총과 용서가 아니다. 먼저 나에게 주는 위로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괜찮아. 내가 잃어버린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슬퍼하지 마, 괜찮아.”
그렇다. 상처받은 나를 보듬어야 한다. 상실감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훔친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고,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지 않아 그래서 나의 안과 밖의 곳간을 지키는 지혜로움을 하느님께 청하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
아직도, 그때의 도둑들이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도 듣지 못할 듯하다. 그렇다고 어찌하겠는가. 다만, 노자가 도덕경에서 한 말을 되새기며 경계로 삼을 뿐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빠뜨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물에 걸릴 그들을 위해서도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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