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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동그라미!

2013년 01월 21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며칠 전에 해묵은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어머니 살아생전, 제 생일 하루 전날 집사람과 하시던 말씀이 불현듯 떠올라 지나간 세월의 애틋함으로 한참을 회상에 잠겼습니다.

저녁 무렵에 어머님이 제 방문을 여시며 이미는 어데 갔나 하십니다.
“왜요? 어머니?”
“이미한테 얘기할게 있어서.”

그러다 밖에서 돌아오는 집사람과 만났습니다.
“야야! 이미야? 너는 오데 갔다 오노? 내일 애비 생일인데 우째노?”

어머님은 뭘 우째요 하며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姑婦지간에 소곤소곤 지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집사람이 들고 있는 장바구니가 꽤 무거워 보였습니다.

늦은 저녁 바람에 장을 다 봐오고 웬일이여? 쓸데없는 소리로 들렸는지 집사람이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봅니다. 고부간 이야기가 부담 서러워 얼른 운동화를 꺼내서 신고 운동 다녀옵니다. 하고 집을 나서서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한 숨이 흘러 나왔습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살았나 싶고,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후회와 실망 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싶고 무엇을 이루었는가 싶어, 잠시 산 어귀 벤치에 앉았습니다.

하나하나 펼쳐놓고 보면 놀며 지나온 세월은 아닌데 왜 자꾸 허망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살자면 제일 앞서는 것이 돈이라고 하는데, 저는 일평생 돈하고는 거리가 멀게 살았습니다.

월급쟁이지만 그래도 나라에서 먹고 살만치는 주었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티끌만큼 모였다 싶으면 어느새 없어져 버리고 그리고는 또 그 뒤치다꺼리에 세월이 훌쩍 가버리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어제 밤에는 집사람이 그럽디다. 젊어서는 부모님 수발에, 중년에는 동생들 뒤치다꺼리에. 이제는 자식들 뒤치다꺼리에 우리는 뭐냐며 한 숨 짓데요.

사람 사는 거 남다른데 없잖아요. 다들 그렇게 살겠지 뭐! 그렇게 사는 거야라며 말을 얼른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인생살이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그러다 보면 평탄한 길에서는 행복해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들어오는 수입은 쥐꼬리만 한데 나가는 지출은 쇠꼬리만 하니 살림을 사는 주부 입장에서는 손이 오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슴이 답답하여 창문을 열어젖히니 비가 오려는지 2월 16일 밝은 달이 구름 속으로 자맥질을 하더니 이제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어제까지 그렇게 불던 바람도 잦아들고 은근한 달빛이 좋아 답답한 가슴도 달랠 겸 어시렁 달밤이라 혼자서 매봉산을 올랐습니다.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날아오르는 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불야성을 이룬 점촌 시내를 매봉정에 앉아서 바라보았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화려함 속에도 고민과 걱정은 있으리라 그래야만 발전도 있고 中興도 있겠지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깊어 가는 오늘밤에도 무수한 일들이 이루어지리라…….

앞만 보고 달려 온 세월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 앞에 왔습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지나 온 세월은 뒤돌아보지 말고 좋은 일만 생각하며 살아 보자는 다짐의 세월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잠이 깨어 창문을 여니 잔뜩 흐린 새벽하늘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미역국에 밥 한술 뚝딱 말아서 맛있게 먹고 이제 또 집을 나섭니다.

지금은 양친부모님 다 떠나시고 짝지어 놓은 자식들은 제 보금자리 찾아서 떠나고 나니 이제는 미우나 고우나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된 집사람뿐이네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청춘을 다 받쳐 키워낸 자식들보다도 더운 밥 해주는 짝꿍이 더 소중하고 생에 마지막 최고의 보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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