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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훤당 소고(小考) 1

2013년 01월 21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얼마 전, ‘부훤당 선생’의 국역본 문집을 읽었다. 부훤당(負暄堂)은 조선중기(1633~1716) 우리 지역의 선비로서 문장과 학식이 뛰어났던 김해(金楷) 선생의 호(號)이다.

그는 당대의 문사들과 교우하며, 많은 글들을 남겨 지역 유림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부훤당이라는 이름은 그가 살았던 산북면 보가리(保家里) 즉, 지금의 근암서원이 있는 서중리(書中里)에 있던 당호(堂號)를 말한다. 집의 이름을 자신의 호(號)로 삼은 것이다. 본관은 안동이고 자(字)는 정칙(正則)이다.

부훤(負暄) 이라는 의미는 ‘겨울날 등에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 쬐는 것’을 일컫는다고 한다. 이는 송대(宋代)에 어느 가난한 농부의 고사(古事)에서 빌려왔다고 전해진다. 부훤당은 이곳에서 살며, ‘부훤당에 부쳐’라는 시를 읊었는데 그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늦은 아침 창문 열고 햇살 쬐니,
춥던 몸이 점점 따뜻해지네
이 몸이 한가함은 참으로 분에 넘치니,
이것을 가져다 임금께 드릴 수 있으면.‘

어떤 이는 이 시에 대하여, 따스한 햇볕 외엔 아무런 계책조차 갖지 못하는 작가의 처지를 안타깝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부훤당은 젊은 시절 생원시에 1등으로 합격하였으나, 벼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학문에 힘쓰며, 활발한 활동을 통해 지역 유림에 관계된 문자 대부분을 짓는 등 명망이 높았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시 짓기를 즐겨했다.

어느 날, 부훤당 뜰에 계단을 만들어 봉선화와 해바라기, 매화와 국화 등을 심었는데, 한여름 기다리던 해바라기가 피었다. 그 꽂을 보고 한 편의 시를 지었다. ‘해바라기꽃’이라는 제목이다.

마루 위 햇볕 쬐는 노인네.
섬돌 앞 해바라기,
우연히도 만났구나.
그윽이 서로 벗이 되었네.

간결하고 산뜻하게 매듭을 짓는 결구(結句)가 미소 짓게 하는 시이다. 이 시는 부훤당의 벗 전오륜의 문집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하는데, 앞의 두 구가 부훤당의 것이고 뒤의 두 구는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읽다보면 서로 주고받듯 노래하는 느낌이 든다.

문집에 있는 시의 제목들을 살펴보면, 옛 사람들은 시를 일상화했던 것 같다. 사람사이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봄날 산에 놀러가는 일상의 모임에서조차 시를 지었다. 뿐만 아니라, 운(韻)을 내어 서로 주고받으며 시재(詩才)를 뽐내곤 했다.

그는 산북 큰마을 등 주변 향촌의 풍광도 즐겨 읊었다. 한두리의 정경을 ‘도촌 팔경’에 담아 유려(流麗)한 정취를 느끼게 하고, 노년에 살았던 근암서원이 있는 마을, 즉 보가리의 정경 열두 곳을 ‘원촌 십이경’이라는 시에 담았다.

‘도촌 팔경’ 중의 시 한편, ‘관악창송(鸛岳蒼松)’을 엿보면 다음과 같다.

‘드높은 산에 우뚝 서 남과 섞이지 않았나니,
맑은 그늘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워라.
아느냐, 저 늙은 것으로 이 마을 아름다우니,
기다려 보라. 솜씨 있는 목수가 한 번 돌아볼 날을.‘

살펴보면, 그의 시에서 우리가 감상하는 것은 고양(高揚)된 문학의 세계가 아니다. 그보다도, 척박한 우리 지역 문학의 토양에서 그가 이 지역을 무대로 살면서 읊었던 귀한 옥고(玉稿)의 가치이다.

더하여 그 시대에, 일생을 향촌에 묻혀 지내던 선비의 고절(孤節)한 생각과 그가 느꼈던 우리 지역 풍광에 대한 서정을 엿볼 수 있음이다. 이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각별한 즐거움일 수 있다. 그 즐거움으로 옛 것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더하여 옛 것을 찾아 길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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