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팝나무
|
|
2012년 05월 25일(금) 12:16 [주간문경]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꽃은 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지지 않은 꽃들이 소복하거나 수북하게 피어 있었다.
“광개토대왕 촬영할 때, 5월 초 쯤 인가. 한창 피었지. 그때는 정말 흰 눈이 덮인 것 같았어.”
문경새재에 근무하면서 매일 이 길을 지나가는 어떤 이의 말이다. 문경새재 들어가기 전, 영남대로 큰 문을 들어서면 하얀 눈 꽃 같은 이팝나무가 제2주차장 주변까지 길게 심어져 있다. 오월, 져버린 봄꽃의 여운에 아쉬워 할 때쯤 흰 꽃을 피워내는 나무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이 나무를 서양 사람들은 처음 이 꽃을 보고, 눈꽃(snow flower)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 우리 선조들은 꽃이 핀 모습이 흰쌀밥과 같다고 해서 이밥, 즉 이팝나무라고 불렀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쌀밥을 이밥이라고 부르는데, 이팝은 이밥의 변형된 말이라고 한다.
“진짜 희거니 쌀밥 담아 논 것 같어. 반지르르 뜸 잘 들여놓은 밥 덩어리. 고봉밥도 저런 고봉밥은 없제. 넘의 집 모심으러 가믄 심덕 좋은 부인네들은 쌀 안 아끼고 모밥을 가득 담아 준디 영락없이 그 모양이여.”
신문에서 읽은, 어느 시골노인네가 이팝나무 꽃를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 옛 사람들은 누구나 이 꽃을 보고 고봉으로 담겨진 쌀밥을 떠올렸다. 자세히 보면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져 나온 꽃잎도 그 하나하나가 밥알처럼 생겼다. 옛말에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이 있다. 쌀밥과 고깃국만 있으면 최고의 밥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쌀밥을 뜻하는 이밥이라는 말이 조선시대 임금의 성이 ‘이(李)씨인 것을 빗대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벼슬을 해야만 임금이 내리는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이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 문경새재로 들어서는 길가의 이밥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면서, 그 옛날 먹을거리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이 길을 걸었을 민초들이 지금 이 나무들을 보았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떠올렸다.
같은 나무이면서, 서양인들은 ‘눈꽃 나무(snow flower)’라고 부른 반면, 우리 선조들은 너무나 배가 고파 꽃을 보고서도 쌀밥을 먼저 떠올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어떤가. 우리 조상들처럼 하얀 쌀밥을 생각하기보다, 소복하거나 수북하게 핀 하얀 꽃을 보고, 흰 꽃이 주는 순결한 아름다움에 감탄할 뿐이다. 다만 이름의 유래를 알고 안쓰러워하는 것이다. 최근 이 나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름이 오는 봄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마음을 다시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이다.
지금 이 곳에서, 이처럼 우리를 반겨주는 꽃으로 즐거워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문득, 몇 년 전, 겨울 제1관문 앞에 동사(凍死)한 감나무가 떠올랐다.
연둣빛 신록이 녹음으로 짙어지는 지금도 그 스산한 겨울 죽은 모습 그대로 서 있다. 그러나, 우리가 친구와 헤어지듯이 이제 이별해야 한다. 나고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이미 생명을 다한 감나무를 저렇게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한편에서는 주변의 비슷한 크기의 감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나무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옮겨 심을 경우 이미 동사한 감나무처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감나무는 이곳에 심어진 인연의 몫을 다하였다.
그래서 다시 감나무일 필요가 없다. 봄이면 연두색 잎을 피우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으로 그늘을 드리워 우리들을 쉬게 하고, 가을이면 붉은 단풍으로 우리들을 감탄케 한다면 충분하다.
다만, 산벚꽃도 지고 진달래도 떨어져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 할 지금, 하얀 눈꽃 같은 큰 이팝나무 한 그루가 감나무를 대신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것은 몇 년 뒤 문경새재의 명물이 될 수 있는 이 이팝나무 가로수 길을 완성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010-9525-1807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