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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밭재에 서서

2012년 02월 21일(화) 13:33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마성 큰마을의 구랑리와 하내리를 지나면 가은읍의 경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 경계에 섶밭재가 있다. 이곳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에 옥녀봉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둔덕산과 대야산이, 희양산과 뇌정산 등 큰 산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하였다. 재에서 조금 올라가면 ‘산업전사의 탑’이 있다.

이 탑은 1994년도에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가 폐광되면서 회사와 노동조합이 근무 중에 순직한 광부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섶밭재를 내려서면 읍소재지에 왕능마을이 온전히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희양산 맑은 계곡에서 발원한 양산천이 대야산의 지류들과 만나 가은천을 이루며, 읍내마을과 옛 은성광업소 자리를 가른다.

은성(恩城)이라는 이름은 가은(加恩)과 마성(麻城)의 뒷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개광 당시 이곳 탄맥이 두 지역에 걸쳐 있다고 하여 지었다고 한다.

사실, 가은읍은 마성 큰마을과 함께 석탄 산지로 유명하다. 봉명광업소가 있었던 마성 큰마을과 은성광업소가 있는 가은읍은 우리나라 석탄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곳이었다. 교통시설이 열악한 시절, 이곳에서 채굴한 석탄은 점촌역까지 실어 나르는 일이 채광 못지않게 중요했다. 지금처럼 가은과 점촌까지 철로가 설치되지 않은 시절, 그 역할을 대신 한 것이 가시랑차였다고 한다.

가시랑은 가솔린의 일본식 발음으로 영어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일본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 부르면서 굳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랑리와 불정마을을 지나 주평을 거쳐 저탄장인 점촌에 이르는 가시랑 찻길은 자연스레 내를 따라 마성 큰마을을 지났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시랑찻길을 따라 실려 가던 석탄이라는 공통 인자와 함께 서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의지하며 상생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은성은 단순히 광업소의 이름을 벗어나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지역의 이름을 대신하는 또 다른 대명사처럼 불리어왔던 것이 아닐까. 행정상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가은읍과 마성면을 아우르는 이름, 탄광이라는 공통 인자에 의하여 확장된 지역명, 일종의 상징어처럼 회자되었을 듯하다.

7, 80년대 국가 에너지 산업의 근간이었던 은성광업소는 지금 ‘문경석탄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주변은 드라마 야외촬영세트장이 설치되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 위에는 철로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살펴보면, 가은을 들어서는 고개인 섶밭재는 두 지역을 나누는 경계가 아니라 사실은 땅속 탄맥이 이어져 있듯 큰 마을들을 이어주는 고리이다. 여기 산업전사의 탑이 가은읍에 위치하면서 마성 큰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그 탑은 우리들에게 두 지역의 이름을 합하여 지은 은성(恩城)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기억해 달라는 염원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탑 아래에 새겨진 글을 읽어보았다.
‘여기는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산업전사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영원히 살아 있는 곳이다.’

그렇다. 우리가 이 산업전사의 탑에서 기리고자 하는 것은 순직한 광부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또 하나 새겨야 할 것은 가은읍과 마성 큰마을에 걸쳐 탄맥이 있다하여 붙여진, 그래서 큰 마을들을 하나로 이어주며 이곳에 살았던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번영, 때로는 아픔도 안겨주었을 은성(恩城)이라는 이름이다.

섶밭재에 서서, 지금 새롭게 변화하는 가은읍이 은성(恩城)이라는 이름도 함께 기억하며 발전하기를 기원하였다. 그리고 탑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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