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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욕망

2011년 09월 20일(화) 08:56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당뇨라는 성인병과 동거한지도 14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가 익숙지 못하고 어색하여 스스로 친해지기가 두려워서 다른 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거하는 이의 습성을 잘 몰라서 몇 년간은 서로에게 화도 많이 냈습니다. 기름지고 호화로운 식사든, 거칠고 보잘 것 없는 식사든 하루 세끼면 충분하지만, 저에게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먹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것도 아주 고급스런(?) 시골 웰빙 음식으로…….

50대 초반에 당뇨라는 손님이 내 집에 들어와 살 때는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당뇨라는 손님이 안방 문턱까지 와서 기웃거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잘 먹고 살았는지 몇 년 만에 새들어 사는 당뇨 양반이 부쩍 비대해저서, 내 힘으로 함께 하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디어 집주인은 SOS 구급 신호를 보냈고 의사와 한의사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였으나, 그래도 당뇨 양반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자 않아서, 급기야 몇 년 전에 서울에 사는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울 신촌 당뇨 맞춤집에서 당뇨 양반 비위에 맞는 식단과 보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허 갑범 하우스에서 당뇨에 관한 자세하고 쓸만한 지식을 얻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음식 조절과 운동이었습니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음식인데 당뇨환자에게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 되어있습니다.
그림에 떡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대목입니다.

처음에는 음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다가 시행착오의 숱한 세월을 보내고서야, 이제는 조금 인내의 한계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병(病)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병(病)중에도 제일 나쁜 병(病)이 당뇨라는 병(病)입니다.

인간의 즐거움에 먹는 즐거움이야 말로 원초적인 것인데…….

기름지고 호화로운 식사는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해 먹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생명을 위해 먹는 행위를 경건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잘 먹든 못 먹든 먹는다는 행위는 생명체의 권리인 동시에 생명에 대한 겸허함을 가져야 할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먹을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줄지어선 식당가에 가보면 우리는 너무도 큰 죄를 짓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버리는 음식이 많습니다.

먹지도 못하면서 음식을 쌓아두고 버리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음식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먹지도 않을 음식을 위해 생명을 죽이는 것은 자신의 풍요를 위해 살생을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음식을 가지고 국산이다 외국산이 다를 놓고 다투는 것은 인간 이기심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며칠 전에는 집사람마저 서울 허 갑범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내외가 다 당뇨와 고혈압 이라는 병마와 마주하고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살아 온 뒤를 돌아다보기도 하였습니다. 당뇨 병원에 갈 때는 언제나 공복으로 가야 합니다.

공복(空腹)상태에서 채혈을 하고 나서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면 군침이 도는 음식 이름들이 참 많잖아요?

그러나 당뇨환자에게는 참고 견디어야 하는 인내(忍耐)의 대상들일 뿐입니다. 결국은 시래깃국이나, 된장국, 콩나물 국 등으로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 것도 짜게 하지 말고 싱겁게 해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되는 게 당뇨환자들의 비애(悲哀)입니다. 때로는 음식을 먹을 때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지’모르겠다는 혼자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병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생존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보충시켜야 하는데 당뇨환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괴로운 일입니다.

그 동안 병마와 마주하면서 일상의 삶을 성공 보다는 만족만 생각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먹는 다는 것은 나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성스러운 행위입니다.

그러니 음식을 버리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버리는 음식이 많아질수록 배고픈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욕망은 貴賤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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