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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여뢰(一黙如雷)

2026년 02월 10일(화) 17:54 [주간문경]

 

 

↑↑ 정창식
문경문화원 부원장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조향순 선생은 1977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문경시지부장을 지냈고 대표적인 시집으로 ‘꿈은 꿈대로’ 등이 있다. 산문집 ‘말 붙잡기’에서 지역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문예창작 강의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우리 지역 대표적인 시인이다.

최근 ‘문경공간- 아름다운선물101’에서 차를 함께 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데, 선생은 ‘역설(逆說)’에 대해 설명했다. ‘역설(paradox)’은 사전적 의미로 그 의미가 모순되고 이치에 맞지 않은 표현을 말한다. 이 역설은 문학에서는 직설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질 때가 있다.

선생은 지역신문 '주간문경'에 게재하고 있는 소확행 연재시리즈 중 하나로 쓴 ‘역설적 표현의 걸작’이라는 글에서, 김영랑 시인의 ‘찬란한 슬픔의 봄’(시,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유치환 시인의 ‘소리 없는 아우성’(시, 깃발)에서와 같은 표현을 역설적 표현의 예라고 했다.

슬픔을 찬란하다고 하거나, 아우성을 소리없음으로 수식한 것은 비유나 은유가 아니다. 이는 본래의 단어와 모순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아름다운 모란꽃이 질 때의 묘한 아쉬움과 슬픈 감정을 이 역설적인 표현에서 설득력 있는 감정의 전이를 느낀다. 바람에 쉴새 없이 나부끼는 깃발을 시적 표현으로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치환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우성과 소리없음은 같이 상존할 수 없는 이치에 맞지 않는 역설적 표현에서 우리는 깃발이 가지는 또 하나의 상징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선생은 글에서 이러한 역설적 표현의 으뜸은 묘적암 요사채에 걸려 있는 현판 글씨, ‘일묵여뢰(一黙如雷)’라고 했다.

직역하면 ‘한 번의 침묵이 우레와 같다.’, 곧 ‘우레같은 침묵’이다. 이 또한 우리가 침묵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선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 침묵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진중함은 어떤 표현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선생은 저 침묵을 역설적 표현의 으뜸이라고 했을까. 신문에 실린 이 글의 뒷부분을 들여다보자.

“우리들이 바깥으로 뱉어내는 말이란 것은 사실 너무나 부족한 표현수단이다.”

선생은 단순히 우리들의 진심이나 진리를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로 반문하고 있다. 그래서, 침묵의 중요성을 역설적 표현으로 담아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때로는 침묵이 말로 다할 수 없는 진심과 천둥같은 진리를 다 담아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침묵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

어제였다. 이른 새벽녘에 눈을 떴다. 그때부터 다시 잠들지 않았다. 정신은 또렷해지고 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누워서 침묵했다. 아니다. 머릿속에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가득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은 방향도 없이 흔들렸다. 한참을 그러다가 저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는 듯했다. 그것은 동틀 무렵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물과 같았다.

‘감사’와 ‘봉사’라는 두 개의 키워드였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와 순수한 애정과 열정으로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봉사의 마음이 저 두 개의 키워드에 담아있다.

문득, 조향순 선생이 이처럼 역설을 자세하게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일지 알게 되었다. 선생의 글 끝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언어를 읽는 재미를 읽으려면 일상적인 사고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되,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소리의 의미를 찾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침묵이 그렇고 깃발과 낙화(落花)가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고요히 침묵할 때 그때 들려오는 깊은 우물 속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물 같은, 지혜의 소리 말이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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