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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역호여시(不亦好如是)

2026년 01월 09일(금) 17:17 [주간문경]

 

 

↑↑ 정창식
문경문화원 부원장

ⓒ 주간문경

 

지난해 연말 평소 좋아하는 이로부터 책을 선물받았다.

그는 고전(古典)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건넨 책은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던 고 안병욱 교수의 ‘논어인생론’이었다. 작가는 논어를 신약성서와 함께 인류의 2대 명저로 꼽았다. 그만큼 논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呼)”

논어의 첫장이 시작되는 문구이다. 여기에서 시습(時習)은 때때로, 가끔의 의미가 아니라 일정한 시간에 맞게, 즉 적시(適時, timely)이다.

공자는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면 기쁘다고 했다. 학문하는 즐거움을 가장 먼저 첫 머리에 놓은 것은 의미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살펴보면, 논어의 문장들은 단문으로 짧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이렇듯 문장이 간결한 이유는 종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은 목간(木簡)에 적어 보관했기에 편의상 가능한 문장을 짧게 구성했다고 한다.

“유붕자원방래(有朋遠自願方來), 불역락호(不亦樂呼)”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뒤에 이어지는 말은 조금 다르다.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공자는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깊은 인격을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럼 이렇게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마지막 문장에 있다.

“불역군자호(不亦君子呼)”

공자는 논어의 첫 문장에서 그 대상이 군자임을 분명히 했다. 논어 전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인(仁)이고 군자(君子)는 66회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군자는 어진(仁) 심성으로서 덕(德)을 베푸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군자를 인간의 모범적 모델로서 가장 이상적 인간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치통감에 나오는 다음의 말은 군자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자치통감은 북송(北宋)의 대유(大儒) 사마광이 지었다.

“덕승재(德勝齋) 위군자(爲君子), 재승덕(才勝德) 위소인(爲小人)”

군자는 덕이 재주보다 높고 소인은 재주만 많은 사람을 일컫는다. 그래서, 덕과 군자는 함께 한다. 여기에서 군자는 사회적 관계망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논어의 자로(子路) 편에 군자는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다고 했다. 즉,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했다.

그런데, 논어를 읽다 보면 공자가 제시하는 군자의 정의에 대해 간혹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너무나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인간상이어서 평범한 일반인으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워 실천항목이 되기에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어의 첫 문장에 나오는 불역군자호(不亦君子呼)는 사실, 이렇게 바꾸고 싶다.

즉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면 군자라는 말을, 이와 같이 하면 좋지 아니한가(불역호여시, 不亦好如是)”라고 먼발치 물러서듯 대체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논어에 나오는 군자를 이렇게 대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논어가 군자학이 아닌, 지혜롭게 사는 방법으로 해석하여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 서예가 경암선생으로부터 신년경구를 받았다.

“총명염장(聰明斂藏)”

총명하다면 재능을 감추어야 한다. 새해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보내라는 뜻으로 읽혀진다. 그래, 병오년 새해에 이처럼 행하는 것도 또한 좋을 듯하다(不亦好如是). 새해를 맞이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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